[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일반고 살린다더니…불똥 튄 자사고, 해법은?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일반고를 살리자는 정책인데 정작 일반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지난달 24일 교육부가 주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시안) 공청회'에 참석한 일반고 학부모의 푸념입니다. 예정됐던 수도권·강원·제주 권역 공청회는 이날 행사장을 점거하다시피 한 서울 시내 24개 자사고 학부모들의 반발로 끝내 무산됐습니다.

공청회는 일반고 강화가 주요 내용이었지만, '학생선발권 유지'를 외치는 자사고 학부모들의 목소리만 울려퍼졌습니다.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었죠. 앞서 교육부가 일반고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평준화지역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성적과 관계없이 '선(先)지원 후(後)추첨' 선발로 바꾼 데 따른 후폭풍입니다.

논란은 자사고 학생선발권 폐지에서 비롯됐습니다. 기존의 평준화지역 자사고 학생 선발에서는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50% 제한' 요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 안이 시행되면 이 요건이 사라져 일반고와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됩니다. 때문에 자사고 법인 이사장들은 "학생 선발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학교를 운영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발표된 시안과 공청회 자료집을 살펴보면 교육 당국의 방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고에 대한 행·재정 지원 강화'와 '자율고 제도 개선 및 특목고 지도·감독 강화'가 큰 줄기인데요. 일반고 기(氣) 살리기와 맞물려 자사고와 특목고 등의 일부 권한을 축소, 제한하는 게 골자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방향은 자칫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2010년 개교 이후 수년간 학교의 투자와 학생·학부모 노력으로 애써 이뤄낸 면학분위기가 공중에 뜨게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큽니다.

전국자사고학부모연합회 김경원 회장(서울 중동고 대표)은 "일반고 강화방안이 '자사고 죽이기 방안'으로 둔갑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자사고 관련 내용은 배제하고 원래 취지에 맞춰 순수하게 일반고를 배려하고 활성화하는 정책이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말로 자사고의 학생선발권이 일반고 살리기 정책과 배치된다고 판단했다면 비평준화지역 자사고나 구(舊) 자율형사립고는 왜 대상에서 제외했을까요? 민족사관고·용인외고 같은 이른바 위화감을 조성하는 학교들이 여기에 포함돼 있는데 말이죠.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구 자립형사립고는 2002~2003년 시범운영 당시부터 학생선발권을 인정받았으며 자사고 전환 이후 관련 법령(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을 통해 선발권을 보장받았기 때문"이라며 "학생선발권을 유지하는 대신 정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사회통합전형'(구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으로 선발하도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평준화지역 자사고는 지난 정부에서 학교다양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습니다. 고교 학력저하 등 문제점 해결의 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그런데 불과 시행 3년여 만에 '일반고 문제의 원인'으로 입장을 바꾼다면 교육제도의 안정성과 신뢰성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바뀌었고 교육철학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사고 학생선발권을 폐지하는 것만이 답일까요? 수월성 교육의 취지에 부합하고 학교 운영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면 큰 틀에서 제도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수정·보완하는 선에서 마무리 하면 될 일입니다.

문제의 일반고 강화방안은 시안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이달 중에 최종안이 확정됩니다. 학생선발권을 잃게 된 자사고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떤 방향을 택할지 교육 당국의 결정이 주목됩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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