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58일 만에 우여곡절 끝에 전격 한국송환

'SK 횡령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온 김원홍 전 SK 해운 고문이 26일 한국에 전격 송환되면서 1년 9개월여간 그의 대만 도피생활이 막을 내렸다.

김 전 고문이 대만에 건너와 숨어지내기 시작한 것은 2011년 12월 2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회사 돈 횡령사건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중국으로 출국한 지 9개월여 만이다.

그는 대만에서 기사가 딸린 BMW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비교적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하지만 현지 교민사회에서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공식적인 활동은 자제해 왔다.

당초 알려진 대로 SK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최재원 SK 부회장과는 대만에서 수시로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7월 31일 대만 북부 지룽(基隆)시의 한 지방도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될 때에도 최 부회장과 함께 있었다.

그는 대만 체류 기간 '안루(安路) 무역공사'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했다.

김 전 고문은 체포 직후 합법적인 대만 거류를 위해 이 회사를 차렸다고 진술했다.

대만 당국은 자체 조사에서 김 전 고문 명의의 대만 내 재산이 5만 대만달러(약 19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국은 그러나 김 전 고문이 현지에서 호화 생활을 한 정황이 있는데다 체포 직후 중량급 대만 변호사를 선임한 점 등은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 전 고문이 체포 58일 만에 한국에 송환되는 과정에선 우여곡절이 잇따랐다.

먼저 김 전 고문이 최태원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전격 체포되면서 체포 과정에 SK 측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기획설'이 제기됐다.

또 대만 이민서(署) 측이 김 전 고문을 한국에 강제 송환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지난 14일 대만인이 김 전 고문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송환 버티기를 위한 '고의 피소' 의혹이 나왔다.

한국과 대만이 1992년 8월 외교 관계가 단절된 이후 범죄인 인도조약이 맺어져 있지 않은 점도 양국 간 송환협상 과정에서 부담 요인이 됐다.

통상적인 외교 절차보다는 국제관례에 따른 협조 과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그동안 대만 측이 범죄인 인도조약에 대해 관심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김씨 송환 건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성무 특파원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