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이 사의를 밝힌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한 직원이 착잡한 표정을 한 채 출근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의를 밝힌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한 직원이 착잡한 표정을 한 채 출근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혼외 아들’ 의혹을 받다 법무부의 감찰 발표 직후 사의를 밝힌 채동욱 검찰총장(54)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가운데 법무부는 16일 예정대로 진상규명에 들어갔다. 청와대의 ‘선(先) 진상규명 후(後) 사표처리’ 방침에 따라 관련 수순을 밟은 것이다.

하지만 야당에선 이날 당사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청와대 측의 ‘채동욱 사찰설’을 들고나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때 채 총장의 ‘감찰지시설’까기 겹치면서 검찰 안팎은 요동쳤다. 채 총장은 구본선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 즉각 “감찰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갈수록 커져가는 형국이다.

파문의 발단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소집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였다. 그동안 의혹만 제기됐던 ‘채동욱 사찰설’에 ‘청와대·국가정보원·검찰’의 특정 인물을 엮어 구체적인 내용을 주장한 것은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공기업 인사 개입에 연루돼 해임되자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채 총장의 사찰 자료 파일을 넘겨줬다”며 “(곽 전 수석 등은) 채 총장을 8월 한 달간 본격적으로 사찰했으며 이 같은 내용을 이 비서관은 물론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비서관이 김 부장에게 ‘채 총장이 곧 날아갈 것’이란 얘기도 했다더라”며 “조선일보가 (‘혼외아들’ 의혹을) 최초 보도한 6일 전날인 지난 5일 이 비서관과 김 부장이 자주 통화했던 정황이 대검에 발각, 대검에서 감찰을 지시했다고 하더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의 주장은 한 언론의 보도로 더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언론은 대검관계자의 말을 인용, “채 총장이 이날 김 부장에 대한 감찰을 재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자신을 향한 청와대·국정원의 사찰 정황을 파악한 채 총장이 지난 5일 1차적으로 내렸다가 사의표명 이후 지지부진해진 김 부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재개했다는 내용이었다.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채 총장은 그러나 이날 오후 3시30분께 구본선 대변인을 통해 “둥지를 깨끗이 하고 떠난 새는 말이 없다”며 “예전부터 오늘까지 김 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사찰 대상으로 지목된 김 부장도 “허무맹랑한 주장이 제기돼 황당한데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이 비서관과 친하지만 자주 통화하진 않았으며, 곽 전 수석과도 개인적인 친분으로 통화했을 뿐 채 총장 건으로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선주/이호기/정소람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