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전격 사의를 밝히면서 검찰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1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전격 사의를 밝히면서 검찰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1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혼외아들’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54·사법연수원 14기)의 사표를 청와대가 수리하지 않으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법무부도 당분간 채 총장을 연가 처리키로 결정하면서 16일로 예정됐던 퇴임식도 무기한 연기됐다.

검찰은 주말 내내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청와대가 15일 ‘선 진상규명·후 사퇴’ 방침을 밝히면서 내부에서 ‘속도조절론’이 제기됐다. 잇단 평검사회의, 간부급의 사퇴로 공세 수위를 높이기보다는 검찰이 얻을 수 있는 실익과 내상을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서울북부지검·부산지검이 이날 열려던 평검사회의를 잇따라 연기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일선 검사들은 16일 청와대와 여야 대표 간 3자회담을 앞두고 민주당이 채 총장 문제를 의제로 요구함에 따라 청와대·법무부의 후속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검찰, 격랑 휩싸였지만…

채 총장 사퇴 직후 비공식적으로 감지되던 검찰의 반발 기류는 지난 13일 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회의를 시작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총장 사퇴’ 배경에는 모종의 정치적 압박이 있었으며,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라는 요지의 비판론이 검찰 내부에서 성명 형식으로 처음 나왔다.

검사들은 “진상도 규명하지 않았는데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며 “이번 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것으로 비치는 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44·사법연수원 24기)은 다음날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려고 자리를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 그나마 마음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이라고 법무부를 맹비난하는 글을 내부망에 올리며 사의를 표명했다.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46·사법연수원 24기)도 같은 날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채 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감찰 방법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내부망에 게시, 법무부를 압박했다. 법무부는 즉각 “법무부 장관·차관은 검찰총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제2의 검란(檢亂)’ 미지수

이번 파문이 ‘제2의 검란’으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반발 기류가 전국으로 확산될지 판가름할 바로미터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열려던 평검사회의를 “내부 의견이 엇갈린다”는 이유 등으로 무기한 연기했다. 16일 열릴 가능성도 있으나 확정되지 않았다.

부산지검을 비롯한 나머지 지검들도 서울중앙지검의 움직임에 따라 동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평검사회의가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채 총장과 정권 수뇌부 간 불협화음을 고려하더라도 사퇴에 이르게 된 핵심은 사실 여부를 떠나 총장의 사생활 관련 추문 아니었느냐는 일부 의견도 일선 검사들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이유다.

연휴 직전 애써 전국 검사들의 총론을 모으더라도 연휴가 시작되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섣불리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김선주/정소람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