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잡한 檢 > 검찰 주요 간부들이 13일 전격 사퇴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를 나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착잡한 檢 > 검찰 주요 간부들이 13일 전격 사퇴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를 나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의 ‘감찰 압박’이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것은 사상 초유로 사실상 ‘사퇴 종용’이나 다름없다. 채 총장도 “검찰 조직의 수장이 단 하루라도 감찰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을 지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에 따른 검찰 조직의 동요를 막고 조직의 안정을 꾀하려는 충정으로 (사의 표명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감찰 압박’에 사퇴 결정

버티던 蔡, 사상 초유 감찰 소식에 "더 이상 검찰지휘 어렵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1시20분께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착수 방침 및 내용을 미리 알린 뒤 오후 2시께 조상철 대변인을 통해 공표했다.

법무부는 “국가의 중요한 사정기관 책임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검찰의 명예,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더 이상 논란을 방치할 수 없었다”고 감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검찰총장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된 감찰관으로 하여금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 보고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감찰관이 해외출장 중이었던 것에 대해 “감찰관이 없어도 감찰 담당관이 업무를 수행하므로 감찰 지시에 무리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이틀 만에 감찰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조속히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차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채 총장이 대검찰청을 떠난 뒤인 이날 오후 5시40분께 전국의 검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검찰은 흔들리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내부 통신망(이프로스)에는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됐다”며 채 총장의 사퇴에 울분을 토하는 글이 다수 올려졌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확인되지도 않은 보도로 총장을 이렇게 욕보일 수 있느냐”며 “법무부는 조직을 위한 차원의 감찰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검찰 사기를 크게 꺾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혼외 아들’ 의혹 미궁 속으로?

채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법무부의 감찰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총장이란 공식 직책을 내려놓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일반인 신분인 채 총장에게 유전자 검사 등 혼외 아들로 지목된 아이와의 친부 관계를 증명하라고 강요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키로 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이 계속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가 지난 6일자에 “채 총장이 한 50대 여성과의 사이에 11세된 아들을 뒀다”고 보도한 데 이어 9일자에서도 “아이의 학교기록부에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 있다”고 후속 보도하자 12일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검 관계자는 소송 진행 여부에 대해 “아직 잘 모르겠다”고만 답변했다. 정정보도 청구 소송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유전자 검사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 작업이 사실상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채 총장은 이날 혼외 아들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다시 강조, 조선일보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선주/정소람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