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이 5개월 만에 불명예 사퇴했다.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된 지 1주일 만이다. 최고 사정기관 총수가 막장드라마 같은 스캔들에 휘말려 조기 낙마한 것이다. 인사청문회 때 “털어봤자 미담 사례만 나온다”고까지 했던 고위공직자가 본인 추문으로 임기 중도에 물러나 더욱 혼란스럽다.

당초 이번 의혹제기를 검찰흔들기라며 퇴진의사가 없다고 했던 그가 물러난 것은 법무부가 감찰에 들어간 직후다. 법무부는 “중요한 사정기관 책임자에 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배경을 밝혔다. 업무 감독기관인 법무부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사는 유례가 없지만 진실은 없고 검찰조직이 통째로 흔들리는 상황을 더 묵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스캔들의 사실 여부를 떠나 직무수행 자체가 어렵게 된 상황이었다. 불거진 의혹의 사실 여부는 채동욱 본인이 과학적으로 입증할 사안이기도 하다. 그 결과에 따라 본인이 필요한 조치를 하면 된다. 일선 수사검사를 비롯해 전체 검찰조직이 이번 사건을 과대 해석해 검찰업무 본연의 길에서 벗어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사정·정보기관 등 주요 국가기관 간의 물밑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았다. 과잉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국정원 댓글 수사도 그런 문제다. 민주당이 스캔들 의혹 한가운데 있던 채 총장을 감싸는 듯한 전에 보기 어렵던 모습도 그와 무관치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깊은 유감”이라며 정치공학적 배경이 있다는 뉘앙스의 논평을 냈다. 그러나 이런 미묘한 사안일수록 근거 없는 주장과 막무가내식 공방은 금물이다.

지금 검찰을 흔들어서 누구에게도 득될 일이 없다. 나라를 평온케 해야 할 바로 그 검찰 때문에 나라가 온통 시끄러워서야 될 말인가.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