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3]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하려면 청년창업 '멍석'부터 깔아줘야"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는 8일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젊은이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젊은 기업가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이 스타트업(창업단계 기업)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요즈마펀드를 적절한 시기에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바라크 전 총리는 오는 11월5~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벽을 넘어서’라는 주제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3’에서 이스라엘의 창조경제 성공 요인과 인재양성 비결에 대해 기조연설을 한다. 이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창조경제가 성공한 요인으로 요즈마펀드를 적절한 시기에 도입한 점과 젊은이들의 창업을 북돋는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요즈마펀드로 창업 지원

바라크 전 총리는 “이스라엘이 창업국가로 성장한 데는 정부 지원 정책도 한몫했지만 지원 시점이 적절했기 때문”이라며 “정부 지원이 성급하면 효과를 내기 어렵고, 너무 늦으면 기회 자체를 놓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0년대 이스라엘은 벤처기업이 창업할 만한 토양이 준비되지 않아 앞서 도입한 벤처투자자 지원프로그램 ‘인발(Inbal)펀드’가 실패했다”며 “1990년대 들어 상황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해 요즈마펀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요즈마펀드는 스타트업 투자를 목적으로 이스라엘 정부가 1993년 설립한 모태펀드다. 정부가 40%, 민간이 60% 출자해 총 1억달러 규모로 시작했다. 1997년 민영화로 요즈마그룹으로 재편되면서 자산 4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요즈마펀드는 인구 770만여명인 이스라엘에 4800여개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조경제’를 내세우는 박근혜 정부의 ‘성장사다리펀드’도 이를 벤치마킹했다.

바라크 전 총리는 “옛 소련 붕괴로 100만명의 유대인이 이스라엘에 유입되면서 과학기술 분야 인재풀이 마련됐다”며 “정부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술인큐베이터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요즈마펀드를 통해 스타트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전폭적인 세제지원도 효과를 봤다. 그는 “일부에서 비판도 컸지만 세금 감면이 기업이 더 많은 돈을 버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스타트업에는 10년 이상 법인세를 깎아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며 “생산기지를 갖고 있던 인텔이 주요 사업 부문을 아일랜드로 옮기려 할 때 세금을 매기지 않는 조건으로 이스라엘에 남겨둘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바라크 전 총리는 “벤처캐피털(VC)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가 중요하다”며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태도는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투자기업이 성공할 때까지 리스크를 대신 감당하지만 기업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투자금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계 벤처캐피털이나 이스라엘 투자은행과 경쟁하기보다 오히려 이들에게 더 많은 투자금 회수 기회를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도전·실패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 필요

바라크 전 총리는 요즈마펀드 같은 정책만으로 이스라엘 창조경제가 가능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 창조경제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열려 있는 사회 분위기”라며 “이는 젊은이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열린 사회의 특징으로 △도전을 응원하고 △끝장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고 △수평적으로 일하고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이 가능한 문화 등을 꼽았다.

바라크 전 총리는 “특히 나이와 경험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수평적으로 함께 일하는 사회 분위기는 젊은 인재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젊은 인재를 길러내는 곳은 군대다. 이스라엘 국민은 남녀 모두 17세부터 입대해 2~3년간 복무하면서 직업훈련과 연계된 과학·기술 분야 과제를 수행한다. 매년 고등학교 상위 50여명의 인재는 탈피오트(Talpiot)라는 엘리트 군인 양성 프로그램에서 6년간 다양한 기술 연구를 하게 된다.

바라크 전 총리는 “다른 나라 젊은이들이 학교에 다니거나 부모님과 사는 동안 이스라엘 학생들은 군대에서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생활을 한다”며 “군에서 과학기술 분야 과제를 수행하며 문제해결 능력과 기업가정신을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보안전문업체 체크포인트, 인간 게놈해독 및 제약개발사 컴퓨젠 등이 탈피오트 출신이 만든 벤처기업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바라크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국정운영 방침으로 세운 것과 관련, ‘한국형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 나라의 스타트업 정책을 문화가 다른 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며 “한국 사회에 잠재된 장점이 무엇인지 찾고, 이를 기업가정신과 창업문화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이 모든 면에서 최상의 상태가 되려는 각오나 기질을 갖고 있다는 점을 한국 사회의 강점으로 들었다. 그는 “한국은 전쟁을 겪었지만 경제기적을 일으켰으며, 교육열도 높다”며 “이는 한국이 최고를 추구하는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가수 싸이의 춤은 전 세계가 따라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없는 삼성, 포스코, 현대, LG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바라크 전 총리는 “젊은 인재들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열린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한국형 스타트업 생태계는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바라크 前 총리 약력

1942년: 영국령 팔레스타인 키부츠 출생, 1959년: 국가 방위군 입대, 36년간 복무, 1968년: 히브리대 수학·물리학 학사 취득, 1978년: 스탠퍼드대 경제공학 석사 취득, 1991~1995년: 육군참모총장, 1996년: 국회의원 및 노동당 당수 취임, 1999~2001년: 10대 이스라엘 총리, 2007~2012년: 국방장관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11월 5 ~7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