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정보시스템 관리 '구멍'…"제도적 점검 필요"

어린이집 보조금 제도의 허점을 노려 어린이집 원장들이 천태만상으로 보조금을 부당 수령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정부와 사법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북 정읍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A양은 올해 어머니를 따라 필리핀에 갔다.

이 어린이집의 원장 김모(37·여)씨는 A양이 해외에 머무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어린이집에 나오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보조금 70만원 상당을 타냈다.

전북의 또 다른 어린이집 원장 이모(35·여)씨는 더 황당한 방법을 사용했다.

자신의 어린이집을 다니다 그만둔 원생을 계속해서 다니는 것처럼 속여 300만원의 보조금을 부당 수령했다.

이들은 모두 전북 정읍경찰서에 적발돼 불구속 입건됐다.

이 밖에도 장기간 병원 치료를 받는 아이를 출석한 것처럼 속이거나, 결석일 수가 많은 아이들의 출석 기록을 조작해 보조금을 타내는 등 방법도 천태만상이다.

현행 어린이집 보조금 제도는 원장들이 보건복지부 '보육정보시스템'에 출·결석 정보와 입·퇴소 정보를 입력하면 이를 근거로 보조금 지급하고 있다.

한 달에 출석일 수가 15일 미만일 경우 보조금의 절반, 15일 이상이면 전액을 지급하고 있다.

원생이 이민을 가거나 한·두 달 해외에 머무는 때에도 계속해서 어린이집에 출석하는 것처럼 속여 보조금을 타내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보조금 전액을 탈 수 있는 '출석일 수 15일'에서 하루 이틀 출석일 수가 조금 모자라는 경우는 도덕적 해이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전북도 아동복지과의 한 담당자는 "보건복지부 시스템이 잘 보강돼 예전보다 많이 부당 수령이 줄어들었다"면서 "하지만 국내 사정에 밝지 않은 다문화 가정이 많은 농촌 지역이나 소규모 어린이집 등은 아직도 보조금 부당 수령이 만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전에 부당 수령을 적발하기는 어렵지만 '보육정보시스템'을 통해 이민을 가거나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간 아이들이 관리가 되기 때문에 결국에는 부당 수령을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장기간 해외여행을 가거나 입원 치료를 할 경우는 원장의 '도덕적 판단'에 의해 보조금 수령이 결정되기 때문에 국민 세금이 줄줄 세어 나갈 가능성이 너무 크다.

전북에 있는 어린이집은 1천640곳, 원생만 5만8천여명.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4만2천527곳, 148만명에 달해 부당 수령되는 보조금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과 공동 감사를 실시한 결과 보조금을 부당 수령하는 사례가 많이 적발됐다"면서 "현행 제도대로라면 원장의 자의적 판단에 너무 의지하는 구조로 돼 있어 제도적 차원에서 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chin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