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보완하고,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시행령을 만들기로 했다. 화평법이 국내외 업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행령을 만들기 위해 이례적으로 업계 관계자와 태스크포스도 구성했다.

▶본지 8월27일자 A1, 16면 참조

환경부는 화평법의 구체적인 제재 수위를 담을 하위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화평법 하위법령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27일 발표했다. 화평법은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화학물질의 위해성 여부를 분석·평가한 뒤 그 결과를 정부에 보고하고 등록하도록 의무화한 법이다.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화학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협의체는 전체 인원 30여명 중 10명 이상을 업계 관계자로 꾸리기로 했다. 산업계에서는 화평법이 벤치마킹한 유럽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실무경험이 있는 업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업종별, 규모별로 고르게 참여할 예정이다. 협의체에서 시행령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부는 협의체에서 나온 의견을 시행령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첫 회의는 다음달 3일 열리며 격주로 모여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협의체는 관련 시행령이 확정되는 올해 말까지 운영된다. 환경부는 내년 1분기에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부처 협의를 거쳐 3분기에 공포할 계획이다. 조은희 환경부 화학물질과장은 “화학물질 관리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산업계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또 협의체 운영과 별도로 최근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연구개발(R&D)용으로 사용하는 신규 화학물질은 정부 등록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제정된 화평법은 신규 화학물질은 용량에 상관없이 수입·제조업체가 정부에 해당 물질의 유해성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소량일 경우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제출 자료를 최소화하고 등록 통지기간도 단축해 업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제조업체가 사용하는 화학물질, 성분 용량 등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내용도 시행령에 넣을 방침이다. 등록비용은 기존 물질에 따라 최장 8년의 등록 유예기간을 주고 동일한 물질에 대해서는 업체들이 공동으로 자료를 제출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 화학물질 등록·평가법

모든 신규 화학물질과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판매하는 기존 화학물질을 매년 당국에 보고하고 등록 절차를 거치도록 한 법. 2015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