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모텔 가라고 얘기할 때마다 답답하고 부끄럽다"
러시아 극동의 캄차카반도에 살고 있는 바트러첸코 이반(24)은 매달 한번 서울 강동경희대병원을 찾는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서울에 오는 데 8시간이 걸린다. 2년 전 만성두통으로 고생했던 그는 러시아병원이 추천한 강동경희대병원에서 뇌신경이 손상되는 뇌종양 판정을 받았고, 성공적인 수술 후 항암치료와 검사를 받기 위해 정기적으로 한국에 오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본관 4층 건강검진센터는 한국 병원인지 러시아 병원인지 헷갈릴 정도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환자들로 북적거린다. 이 병원이 외국인 환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0년. 그해 4652명이었던 외국인 환자는 지난해 1만2496명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한 7000여명의 외국인 환자가 이곳에서 진료를 받았다. 병원이 외국인 환자로부터 거둬들인 수입은 2010년 24억원에서 2011년 76억원, 지난해 82억원으로 늘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러시아 환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의사면허를 딴 윤명재 씨(36)와 캐나다인 마케팅 전문가 그레이엄 러브 씨(38)를 채용했다. 외국 의사는 국내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없지만 환자 유치 단계에서 의학적 궁금증을 풀어주는 마케팅 담당자로는 제격이었다. 러시아 통역요원으로 10여명을 뒀고 전담 코디네이터도 12명이나 뽑았다. 러시아 음식 전문가를 초빙해 음식 메뉴를 러시아인 입맛에 맞게 바꿨다. 병실에는 러시아 방송 2개 채널도 개설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의사들이 직접 러시아 시베리아 등을 찾아가 알리는 ‘클리닉 데이’ 설명회를 매년 10여차례 열고 있다. 이 병원의 주광로 국제교류실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의료산업은 이제 글로벌시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은 있다. 외국인 환자 입원을 전체 병상의 5%로 묶어놓은 규제 때문에 외국인 환자에게 병실을 32개밖에 내줄 수 없다는 점이다. 병실을 배정하지 못한 환자나 보호자에게 때때로 인근 모텔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의사가 그곳에 가 치료할 수 없어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한다. 병원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에게 근처 모텔로 가라고 얘기할 때가 가장 답답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