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에 사는 L씨(66)는 20년 전 결혼한 남편과 지난해 합의이혼했다. 남편과의 사이에 전 부인이 낳은 아들 셋이 있었다. 이혼은 남편이 먼저 제안했다. 당시 남편의 재산은 5억원 정도. 현행 민법에 따르면 남편 사망 후 L씨에게 돌아오는 상속재산이 너무 적어 그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렇다고 자식들이 친엄마가 아닌 L씨를 부양할 것 같지도 않았다. 남편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기 전 L씨와 이혼해 재산의 절반을 떼어주기로 했다. 물론 이혼 뒤에도 두 사람은 함께 살고 있다.

L씨가 남편과 서류상 합의이혼이라는 ‘편법’을 택한 것은 현행 민법이 전체 상속재산 중 배우자 몫을 너무 적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1009조에 따르면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한 경우 상속재산 상속분은 ‘배우자 1.5 대 자녀 각 1’로 규정돼 있다. 상속분이란 각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해 가지는 승계비율을 말한다. 자녀보다 배우자를 더 배려하는 것 같지만 자녀 숫자가 많을수록 배우자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법무부가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법정 상속분을 변경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상속재산의 50%를 우선 배우자에게 떼어준 뒤 나머지 50%를 ‘배우자 1.5 대 자녀 각 1’의 비율로 나눠 주는 게 잠정안이다.

법무부는 민법 개정안을 내년 초 발의해 하반기 정기국회 때 입법을 끝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배우자 상속분 상향 조정이 고령층의 소득 확대에 미치는 효과와 상속세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장영섭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배우자 상속분 상향 조정 문제는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굉장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정소람/허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