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수사·재판 때 '자수 검토→혐의 부인' 수순
이번엔 검찰에 자수서 제출·뇌물로 받은 시계 반납

CJ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군표(59) 전 국세청장이 예상과 달리 수사 초기부터 적극적인 '자수 전략'으로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전 청장은 검찰 소환에 앞서 변호인을 통해 금품 수수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으며 1일 소환 당일에는 CJ측에서 받은 명품 시계를 검찰에 제출했다.

전씨는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2006년 7월께 CJ 측에서 30만 달러와 명품 시계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세무조사 무마나 감세 등 구체적인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청장 취임과 관련한 인사치레로 생각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사 대응 전략은 공교롭게도 2007년 검찰 수사를 받았을 때와 매우 유사해 눈길을 끈다.

전씨는 지난 2007년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6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현직 국세청장이었던 전 전 청장은 혐의를 줄곧 부인하다가 그해 11월 1일 검찰 소환에 앞서 '혐의를 자백할테니 자수로 처리해 형량을 줄일 수 있느냐'는 의사를 검찰에 타진했다.

전 전 청장은 혐의를 시인하는 자술서를 쓰는 방안 등을 변호인과 검토했으나 조사를 받고 귀가한 다음날 곧바로 입장을 바꿔 혐의를 부인했다.

이와 관련, 전 전 청장은 기소된 뒤 재판에서 "혐의를 시인하고 자수감경을 받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변호인의 요청으로 고민 끝에 자수를 고려했다"며 "그러나 검찰 조사 후 상경하는 승용차 안에서 곧 마음을 바꿨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변호인은 다음번 재판 기일에서는 "수사 조서 등에는 전씨가 먼저 자수감경을 요청한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검찰에서 먼저 권유했다.

자백 압박을 가하고 끊임없이 회유했다"며 '자수 시도' 주장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형법 제52조(자수, 자복)에는 죄를 지은 후 수사 관서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관이 재량으로 선고 형량을 절반까지 줄이는 '작량감경'(酌量減輕)을 할 수 있다.

법원이 형을 정할 때에는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조건을 참작한다.

전 전 청장의 '특수한 개인적 상황'이 자수 전략에 감안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그는 2007년 수뢰죄가 확정돼 복역했다가 출소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이전인 2006년의 범죄가 드러나 처벌받을 위기에 처했다.

만약 2007년 당시에 이번 범죄가 발각됐거나 수사 대상이 됐다면 수사 및 재판을 받았을텐데 자칫하면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영어의 몸이 될지도 모르는 처지가 됐다.

결국 전 전 청장의 '자수 전략'은 일단 구속을 피하고 최악의 경우 향후 재판에서 유죄를 다툴 경우 양형 조건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부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