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다 2007년 구속·2011년 무혐의로 '1승 1패'
역대 국세청장 19명 중 8명이 구속 또는 수사 '불명예'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CJ그룹에서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3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 신분으로 두 번째,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3차례나 검찰과 마주친 '악연'이다.

◇현직 청장 구속·출소 후 또 수사
검찰과의 악연은 전 전 청장이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현직 국세청장 시절에 시작됐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2007년 11월 그를 소환 조사했다.

현직 국세청장이 뇌물수수 등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것은 국세청이 1966년 재무부의 외청으로 독립한 이래 처음이었다.

청장에 오르기 전인 2006년 정부 부처의 실국장급 다면평가에서 상사·동료·후배로부터 `모두 1위'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국세청의 핵심 보직인 조사국장, 차장을 모두 거친 그로서는 '날개 없는 추락'이었다.

당시 검찰은 전 전 청장이 2006년 7월 청장에 내정된 뒤 정상곤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돈을 받은 혐의를 파헤쳤다.

서울 서초구 자신의 집에서 축하 인사차 방문한 정 청장에게서 미화 1만 달러와 현금 7천만원을 받은 혐의였다.

전 전 청장은 결국 구속 기소돼 2008년 12월 징역 3년6월과 추징금 7천947만3천원을 선고받아 복역하다가 2010년 7월 가석방 출소했다.

그러나 출소한 지 1년도 안 된 2011년 3월 다시 검찰에 불려나왔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서 인사 청탁 목적으로 그림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한 전 청장이 국세청 차장 시절인 2007년 1월께 고(故) 최욱경 화백의 작품 '학동마을'을 청장이던 전 전 청장에게 건넨 의혹을 수사했다.

전 전 청장은 2011년 3월12일 부인과 함께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의 부인이 전 전 청장 부인에게 그림을 전달했지만 전 전 청장은 부인에게서 이런 사실을 듣지 못해 전혀 몰랐다고 판단했다.

한씨의 '그림 로비' 혐의도 법원의 1, 2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세 번째 조사와 관련, 전 전 청장은 CJ측의 금품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세청장 수난사…'19명중 8명' 수사 받아
국세청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분류된다.

세무 조사와 세금 부과라는 막강한 양대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대 국세청장들의 뒷모습은 아름답지 않았다.

많은 이가 권력과의 유착이나 '검은 돈'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었다.

초대 이낙선 청장부터 최근 퇴임한 이현동 전 청장까지 19명의 역대 수장 중 8명이 구속됐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안무혁(5대), 성용욱(6대) 전 청장은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불법 선거자금을 거둔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임채주(10대) 전 청장은 1997년 대선 당시 '세풍'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안정남(12대) 전 청장은 2001년 9월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부동산 투기, 증여세 포탈 등의 의혹이 쏟아져 취임 20여일만에 사퇴한 '단명 장관'이 됐다.

손영래(13대) 전 청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이주성(15대) 전 청장도 알선수재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상률(17대) 전 청장은 그림 로비 및 주정회사로부터 자문료 6천9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항소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차례 구속기소 및 유죄, 한 차례 무혐의로 끝났던 전 전 청장과 검찰의 '악연'이 세 번째 수사에서는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송진원 기자 zoo@yna.co.kr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