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개청 이래 최대 위기다.’

전직 국세청 차장이 세무조사 대상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전 국세청장과 일부 현직 인사까지 연루된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세청 내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국정원, 검찰, 경찰청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분류되는 국세청은 정권 교체기를 전후해 크고작은 잡음에 시달려왔다. 2007년 11월에는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이 건설업자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현직 국세청장 최초로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2009년 1월에는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이 그림로비 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임채주 전 청장은 1998년 대선 불법 선거자금 모금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연루된 전·현직 고위 간부 숫자나 세금 추징 규모, 청탁 성격 등의 측면에서 이번 사태는 과거 비리사건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게 많은 직원의 걱정이다. 우선 과거 고위 간부들이 연루된 건은 세무조사 추징세액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연루된 건도 주로 최고위층 간부에 국한됐다.

하지만 이번 건은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당시 고위직뿐 아니라 실무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세청이 2006년 당시 CJ 측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무마해 준 추징세액은 무려 356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3560억원이란 숫자에 대해 국세청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3560억원이란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전혀 파악이 안 된다”며 “추징 세액이 이 정도면 탈루 소득이 1조원 가까이 된다는 뜻인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일단 3560억원의 추징세액이 나왔는데 이를 전혀 추징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세목을 웃도는 규모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임의로 추징 여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국세청이 올해 처음 도입되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통해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는 기껏해야 2000억원이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반복되는 비리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국세청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는 한 사무관은 “만약 정말로 추징세액이 3560억원이 나왔는데 이를 전혀 추징하지 않았다면 이는 개인의 비리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