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동거생활을 했더라도 사실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A(38)씨는 간호조무사였던 B(35·여)씨와 1999년 11월부터 9년간 동거생활을 했다.

그는 일정한 직업이 없어 B씨의 수입으로 생활비 대부분을 충당했다.

2008년 10월 초 이틀간 가출한뒤 집에 돌아온 B씨는 A씨의 구직문제로 다투다 폭행을 당했다.

B씨는 2011년 4월 다른 남자와 만나 자녀를 출산했고, 혼인신고도 마쳤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자극해 다툼을 일으킨 후 가출하는 등 사실혼을 부당하게 파기했다.

보증금을 포함한 위자료 2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부산가정법원 가사1부(김문희 부장판사)는 A씨의 위자료 청구소송 항소를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실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고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9년간의 동거생활만으로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론 등을 종합해 볼 때 A씨가 혼인에 대한 확신 없이 동거관계 청산을 미뤄오다 결과적으로 9년간 동거하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1심 재판부도 같은 이유로 A씨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c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