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에 지시 전달됐는지는 확인못해…저희 책임"
감리단장 "인부들 당연히 빠져나올 걸로 생각"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상수도관 공사 현장에서 지난 15일 발생한 수몰사고 당시 작업 중이던 인부들에 대한 철수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사 컨소시엄의 최대 지분을 가진 천호건설 소속 박종휘 현장소장은 16일 오전 사고현장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어제 오후 4시13분께 직원이 스마트폰 메신저로 범람 위기가 있다며 현장 사진을 보내왔다"며 "4분 후 공사팀장을 시켜 하도급업체인 동아지질 소속 관리자에게 작업 임시중단 지시를 내리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이어 "저희 공사팀장과 동아지질 관리자가 통화한 사실은 확인했는데 동아지질 관리자에게서 현장에 있던 작업자들에게까지 지시가 내려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종휘 현장소장은 "한강 둔치 등에서의 범람은 팔당댐의 방류와 연관돼 있는데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의 강수량까지는 생각 못했다"면서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저희에게 책임이 있다.

사과드리겠다"며 판단 착오를 사실상 시인했다.

공사현장 감리를 맡은 ㈜건화의 이명근 감리단장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께 안전점검을 했는데 당시 팔당댐에서는 초당 6천~8천t의 물이 방류되고 있었다"면서 "정오를 넘으면서 방류량이 초당 최고 1만6천t에 달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수방계획서에 따라 인부들이 당연히 빠져나올 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터널 입구의 차단막은 사실 맨홀이 완전 침수돼도 견디는 구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터널 내부의 전기 시설을 보호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브리핑 도중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의 가족 수 명이 소리를 지르며 박 소장에게 달려드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가족들은 "정작 가족들에겐 제대로 된 설명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공사 컨소시엄에 참여한 중흥건설의 안원홍 이사는 이날 브리핑에 앞서 사고 현장을 찾아 "어제 오후 4시13분께 시공사 직원이 '한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니 인부들에게 철수하라고 해야 한다'는 제안을 현장소장에게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이사는 "현장소장이 현장 차장에게 인부 철수 지시를 내렸지만 철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를 당한 인부들은 상수도관 내에 부설된 레일을 철거하고 청소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오후 5시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 한강대교 남단 서울시 상수도관 부설 작업 현장에서 인부 7명이 갑자기 유입된 강물에 휩쓸려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과 서울시, 경찰은 현재 합동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며 16일 오전 현재 실종자들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