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배자 성적도 28명 조작…합격 대가로 학부모 5명서 1억 챙겨
이사장·학부모 등 15명 기소…성적우수 '불우가정' 8명중 5명 고의 탈락시켜


/연합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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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특성화학교로 지정된 영훈국제중의 법인 이사장 등 학교관계자들이 운영 초기부터 조직적으로 성적을 무더기 조작하는 등 입학 비리를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신성식)는 특정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해 성적 조작을 지시하고 그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영훈학원 이사장 김하주(80)씨와 영훈국제중 행정실장 임모(53)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김씨의 지시를 받아 성적 조작을 공모하고 교비를 법인자금으로 빼돌린 혐의(업무방해·업무상횡령 등)로 전 영훈중 교감 정모(57)씨 등 학교 관계자 7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김씨 등에게 돈을 건넨 학부모 등 6명을 약식기소했다.

김씨 등 학교 관계자 9명은 2008∼2012년 신입생 결원 시 추가로 학생을 입학시켜 주겠다며 학부모 5명에게서 현금 1억원을 받아 챙기고 이사장이 지목한 학생이나 특정학교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성적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영훈국제중 교감이었던 정씨와 행정실장 임씨는 2009~2010학년도 신입생 선발시 기여금 명목의 금품을 제공할 수 있는 학생을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의 추가 입학자로 선정하도록 하라는 김씨의 지시를 받았다.

임씨는 이들 학부모 5명에게 추가 입학을 대가로 모두 1억원을 요구해 김씨에게 전달하고 정씨는 이를 도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2012∼2013학년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특정 학부모의 자녀나 영훈초 출신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지원자 292명 중 28명, 일반전형 지원자 2천114명 중 839명의 성적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전형의 경우 지원자 40%의 성적이 조작된 셈이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의 경우 입학을 시키려는 지원자의 주관적 점수를 만점으로 바꾸고 총점이 높은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깎는 방법 등으로 성적을 조작했다.

이중 아동보호시설운영 초등학교 출신 지원자들은 가정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지원자 8명 중 2명만 합격하고 1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합격권이었음에도 모두 성적이 조작돼 불합격 처리된 사실도 확인됐다.

일반전형 서류심사에서는 심사위원이 아예 심사를 하지 않고 행정업무를 보는 교사가 특정 학생들에게 유리하도록 임의로 허위 점수를 부여하기도 했다.

김씨는 또 2011년 6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교원 명예퇴직 수당 1억9천만원을 허위로 타내고 2007년∼2012년 재단 토지보상금 5억1천만원, 영훈초·중 교비 12억6천100만원을 횡령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원 채점자료들이 심사 직후 폐기돼 수사가 어렵자 심사위원들에게 모든 지원서류를 다시 채점하도록 해 성적 차이가 확연히 나는 학생과 학부모를 추궁, 계좌의 송금 내역을 확인해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이사장인 김씨는 대부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북부지검 최종원 차장검사는 "국제중 학생 선발과 관련 입학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 수사했다"고 말했다.

최 검사는 2013학년도 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 부정입학한 학생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이 포함됐냐는 질문에 "입건 대상이 아닌 사건 관계자의 실명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훈중은 2008년 10월 국제특성화중학교로 지정·고시돼 2009학년도부터 국제중 신입생 모집을 시작했으며 지난 1월 이 부회장의 아들이 이 학교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학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김수진 기자 rock@yna.co.kr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