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 "모내기 왔나? 웬 장화를…"  "슬림셔츠, x꼭지는 제발"



#제목:레인부츠가 어때서요?
#작성자:국내영업본부2팀 황** 사원
#조회 수:83
#작성시간:2013-07-15 14:30:41

오늘 비 많이 온다고 해서 레인부츠를 신고 출근했습니다. 장마철엔 우산을 써도 신발과 하의가 다 젖잖아요. 회사 앞 지하철역에서 모 부장님을 만나 인사했는데 표정이 굳어지시더니…. “모내기하다 왔나? 복장이 그게 뭐야”라고 한마디 하시더군요. 당황했지만 애써 웃으며 무마했죠.

그런데 동료들마저 메신저로 “장화 신고 출근하다 찍혔다며?” “이참에 영농후계자로 전업해라”고 놀리는 겁니다. 점심시간에도 제 신발이 화젯거리였습니다. “얼마 전 백화점에 갔는데 이런 고무장화가 20만원이 넘더라. 이런 걸 신는 여자들은 다 된장녀”라더군요. 아니, 제 돈 주고 샀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사무실도 아니고 출퇴근용으로 신는 게 잘못입니까?

전체 댓글 수(8)

▷이부장님만세=부장님께서 지적하신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신지 마세요. 회사가 패션쇼장입니까. 15:02:41
┗>▷마케팅팀훈녀=한 번 신어보면 그런 말 못할걸? 느낌 아니까~. 15:05:11
┗>▷장화찬양=흙탕물 튈 염려도 없고 발도 뽀송뽀송하고 엄청 편함. 신세계가 열림. 15:30:41


▷신경꺼=자기가 좋아서 신으면 그만입니다. 15:24:04

▷진짜사나이=남자들은 비 올 때 아쿠아슈즈(물 놀이용 신발) 신어도 됩니까? 15:41:03
┗▷예비군3년차정대리=레인부츠 보면 전투화 신고 행군했던 추억이…. 15:51:33

▷여성시대=회사는 여성들에게 레인부츠 신을 자유를 보장하라! 16:14:15

▷스멜쩐다=신발 벗는 식당에 갈 땐 자제 좀. 발 냄새 어쩔겁니까. 17:27:18

직장인에게 ‘편안하고 실용적이며 단정한’ 옷차림은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파리 오트쿠튀르 컬렉션에 나가는 것보다 어렵다. 비즈니스 캐주얼, 쿨 비즈 룩 차림을 하라는데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무슨 신발을 신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그저 ‘눈치껏 알아서 잘’ 입으란다. ‘치마(O), 반바지(X)’와 같은 공식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예의와 실용의 경계에서 논란이 되는 직장인 패션을 김 과장 이 대리들에게 들어봤다.

○돌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반팔 와이셔츠에 아저씨 러닝을 입는 건 범죄야!”

재미동포인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 유모씨(34·남)는 무더운 여름에도 절대 셔츠 안에 속옷을 입지 않는다. “셔츠는 원래 속옷이다. 속옷 안에 속옷을 입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게 그의 패션 신조다. 문제는 늘 몸에 딱 붙는 셔츠를 입다 보니 일반인보다 유난히 아래쪽에 있는 그의 꼭지가 도드라져 보인다는 것. 여름이면 습기와 땀 때문에, 장마철엔 빗방울이 특정 부위에 떨어져 노출이 심해진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유두왕’. 직원들이 일부러 ‘하우 두 유 두?(How do you do)’라고 인사를 건네고 ‘저쪼아래닷컴’ 홈페이지를 가르쳐주며 회원 가입하라고 부추겨도 그의 ‘돌출’ 행동은 여전했다.

민망한 상황을 해결해준 건 다름 아닌 지름 5㎝의 꼭지 전용 반창고. “책상에 반창고 한 박스를 올려놓았죠. 처음엔 기분 나빠하더니 한 번 써보고 나선 접착력도 좋고 떼었다 붙일 때도 아프지 않다고 좋아하더라고요.” 같은 팀 최 대리(30·여)는 “더운 날씨에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라며 강력 추천했다.

○남녀 해석 차이? 패션 극과 극

대기업 C사에는 남자들에겐 인기만점이지만 여자들에겐 ‘공공의 적’인 경영전략팀 채 대리(28·여)가 있다. 그녀는 계절별로 트렌디한 아이템을 매치해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올여름엔 속옷이 훤히 보이는 시스루 블라우스와 초미니 스커트, 10㎝ 킬 힐을 신고 다녀 뭇 남성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죠. 삭막한 직장 생활의 비타민이라고 할까요. 오늘은 채 대리가 뭘 입고 올지 궁금할 정도니까요.” 남자 직원들의 호들갑에 여자 직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고 와서 일부러 볼펜을 떨어뜨려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한다니까요. 자기가 모델인 줄 알아요. 남자들은 옷을 잘 입는다는데 노출증에 걸린 화성인 같아요. 마케팅1부 송 차장님이야말로 패셔니스타죠.”

여직원들에게 ‘패피(패션피플)’로 꼽힌 송 차장(37·여)은 오히려 남성들의 기피대상이다. 쇼트커트 머리에 어깨 ‘뽕’이 들어가 날아갈 것 같은 파워숄더 재킷, 짧은 상의에 가죽 레깅스를 매치한 하의실종 패션, 글래디에이터 슈즈(가는 줄로 발등을 동여맨 신발)는 남자들이 질색하는 아이템. 여기에 매일 바뀌는 명품 가방은 남자들의 기를 죽인다. 얼마 전엔 국산 소형차 한 대 값과 맞먹는 1000만원짜리 OO브랜드 가방을 들고와 여직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 회사 홍보팀 곽 대리(33·남)는 “송 차장이 출근 후 책상 위에 가방을 내려놓으면 ‘에*메스 주차했다’, 점심 먹으러 나가면 ‘루*비통 출차한다’고 우리끼리 메신저를 보내요. 여자들에겐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남자들 눈엔 이해가 안됩니다.”

○시한폭탄 패션 테러리스트

가뜩이나 짜증이 심해지는 더운 여름, 패션 테러리스트들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는다. 잔뜩 구겨진 리넨 재킷, 슬리퍼 밖으로 삐져나온 발가락 양말, 겨땀(겨드랑이 땀)으로 흠뻑 젖어 변색된 상의, 가슴털이 보일 정도로 풀어헤친 셔츠, 속옷 색깔이나 라인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옷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들의 경우 땀으로 번져 너구리가 된 스모키 메이크업, 얼굴과 목 색깔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갸루상’ 화장도 민폐 중 하나다. 패션 에디터들은 “여름철엔 멋을 내려다 실패하기 쉽기 때문에 시원하고 깔끔하게 입는 것이 중요하다”며 “살구색 속옷과 제모는 필수”라고 조언했다.

난감한 패션 센스도 문제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도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코끼리 발목에 꽉 끼는 스트랩 슈즈(끈 달린 샌들), 튀어나온 뱃살 때문에 단추가 벌어진 셔츠 등도 민망한 사례로 꼽혔다.

“바지 지퍼가 끝까지 잠기지 않는다며 중간까지만 잠그고 벨트로 고정시킨 구 부장님! 엉덩이에 꽉 끼는 짧은 치마를 입고 가방으로 가린 채 계단을 올라가는 미스 김! 패션은 자유라지만, 이건 엄연히 테러라고요.

전예진/황정수/전설리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