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연쇄파업 탄력 못받아
화물연대·대중교통 등 잠잠

현대·기아차 임단협이 변수
잊혀져가는 단어 노동계 '夏鬪'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한시 파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요 완성차업체 노조가 빠지면서 올해 하투(夏鬪) 열기는 점차 가라앉고 있다. 통상임금 문제 등은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고 화물연대, 대중교통 노사관계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사관계 안정화 기조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온 양상”이라며 “파업의 실익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파업에 완성차업체 불참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가 최근 시작한 연쇄 한시파업에는 주요 완성차업체 노조들이 대부분 참여하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교섭 상견례가 예년보다 늦어져 노조가 금속노조의 파업 지침을 따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노조는 교대제 개편과 관련된 특근 거부 문제로, 기아차노조는 교섭 요구안에 대한 내부 이견 때문에 교섭 상견례가 각각 보름, 두 달 정도 늦어졌다. 노조는 보통 교섭이 10회 이상 진행됐음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 파업 절차에 돌입한다.

르노삼성노조는 최근 여섯 차례에 걸쳐 모두 46시간 파업했지만 지난 8일 사측과 합의안을 도출하고 12일 조합원 투표에서 추인해 파업을 마무리지었다. 한국GM노조는 금속노조의 지침에 맞춰 12일 파업했지만 향후 일정은 금속노조 지침을 따르기보다 사업장 교섭을 완만하게 해결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속노조 교섭도 이르면 이달 말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마무리짓지 못하면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집행부 선거를 치르는 ‘사고교섭’이 되기 때문에 노조 입장에서도 교섭을 빨리 끝내길 원할 수밖에 없다. 사고교섭은 노조 집행부에게 불명예로 여겨진다. 그러나 신쌍식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장은 “노조의 요구안이 모두 6개인데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을 제외한 나머지는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낙관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파업보다 대화가 실리”

아직 하반기 변수는 남아 있다. 철도노조도 그 가운데 하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철도산업위원회를 열어 철도 분할 민영화를 골자로 한 ‘철도산업발전방안’을 확정했는데 이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발전방안을 실행하는 단계에 들어가면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기아차 교섭도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노사는 9일 제11차 임단협 교섭을 열었으나 징계위원회 노사동수 구성 등에 대해 노사 간 공방만 주고받다가 끝났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회사는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줬다”며 “추석 때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분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하투의 안정화 기조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왔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 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와 ‘노사 분규 건수’ 곡선은 계속 하향세를 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근로손실일수는 3만4500일, 노사 분규 건수는 17건으로 이 통계를 집계한 1996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조오현 고용부 노사관계지원과장은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등 큰 사건은 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전체적으로 노사 관계가 안정화되고 있다”며 “파업보다 대화로 푸는 게 더 실익이 있다는 판단이 노동계에 퍼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임금, 정년연장 등 노동계의 정책·제도 관련 쟁점들도 하투의 강도를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통상임금은 물밑에서 소송이나 협상으로 진행될 문제지 파업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년연장과 관련해서는 회사별 단협에서 시끄러울 수는 있겠지만 파업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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