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기 막을 방법
“보험사기는 관련자가 많고 입증이 쉽지 않아 수사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담 조직이 없다보니 다른 사건이 터지면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입니다.” 전직 경찰 출신으로 보험사에서 보험사기 혐의가 짙은 사건을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박모씨(46)의 말이다. 보험사기는 늘고 있지만 이를 적발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를 전담하는 정부기관을 통합하고 전담 인력을 확충하는 등 보험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구조적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민복지 좀 먹는 보험사기] 보험사기 방지 컨트롤타워가 없다

2010년 전북 군산시에서 건물 화재 사건이 났다. 건물 주인 김모씨의 남편은 보험설계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화재 직전 여러 개 화재보험에 중복 가입한 점이 수상했지만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검찰은 김씨의 화상 흔적과 응급실을 다녀온 기록 등을 근거로 방화임을 주장했지만 1, 2심 재판부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내렸다. 대법원에 가서야 김씨의 자작극이라는 게 밝혀져 10억원의 보험금 지급을 막을 수 있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이모 검사는 “직접적인 물증을 찾기가 어려운 데다 목격자도 없어 심리분석, 거짓말 탐지기, 행동분석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며 “수사에만 8개월 넘게 소요됐다”고 말했다.

검·경에 전담부서 없어 … 심층조사 ‘한계’

이처럼 지능적인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경찰에는 보험범죄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 경찰청은 위조지폐, 대출사기, 다단계 사기 등 다양한 경제 관련 범죄를 담당하는 지능범죄수사과에서 보험범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사기 특별조사팀(SIU)을 두고 보험사기 관련 기초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수사기관에 대한 지원업무를 하지만 한계가 많다.

기관 간 공조체계가 잘 갖춰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업법에 근거해 ‘보험조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 생명·손해보험협회 보험개발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 구성됐다. 수사기관은 참여하지 않는다.

정부합동조사반 내년말 활동종료

2009년 7월 설치된 ‘정부합동 보험범죄 전담대책반’이 보험범죄 관련 주요 사건을 기획·조사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내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조직으로 내년 말 활동기간이 종료된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상설화된 전담 조직이 없으면 보험사기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 진행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 비해 부처 간 업무 협조가 이뤄지는 건 사실이지만 뚜렷한 컨트롤 타워가 없어 여러 개 보험에 고의적으로 가입한 뒤 보험사기를 준비하는 예비 사기자를 미리 적발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범죄 ‘고수익·저위험’ 인식 팽배

일부에서는 보험사들이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보험금 지급 심사부서를 참여시켜 과잉치료를 유발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보험설계사 등 보험업무 관련 종사자들이 보험사기에 연루되면 등록취소 등의 행정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사기에 의한 보험 계약을 무효화하거나 보험금 청구가 사기로 이뤄지면 보험사에 대한 면책조항을 두는 등의 상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강호 보험연구원장은 “보험사기는 금전적 피해를 넘어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강력범죄로 이어져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보험사기에 대한 위법 인식이 크지 않아 국민을 손쉽게 가해자나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담인력 확충·법적체계 구축을

보험범죄가 고수익·저위험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보험사기 수법이 쉽게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 되고 모방범죄가 확산되는 폐단 때문이다.

정부합동 보험범죄 전담대책반장인 윤장석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은 “보험을 미래의 위험을 보장해주는 안전판으로 생각해야지, 횡재의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보험사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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