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거절로 회항해 두바이 시내관광
법원 "현지 상황 미리 설명했어야"

현지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집트로 출발했다가 입국을 거절당해 여행을 망쳐버렸다면 일정을 강행한 여행사가 손님들에게 돈을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부(이은신 부장판사)는 이모(29)씨 등 21명이 ㈜온라인투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여행요금의 80%인 총 4천만원을 돌려주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 2011년 1월 두바이를 경유해 이집트 룩소르 공항에 도착했으나 당국이 입국을 승인할 수 없다고 통보해 2시간 동안 기내에서 대기하다가 두바이로 돌아와 짧은 시내관광을 하고 귀국했다.

일주일 동안 이집트 카이로 등지에서 고고학 박물관과 스핑크스, 피라미드를 탐방하고 낙타 트래킹 체험을 하려던 부푼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당시 이집트에서는 튀니지에서 발생한 민주화 시위의 영향으로 무바라크 대통령의 독재에 항거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이씨 등이 입국하려던 날은 야간 통행금지가 전국에 확대된 날이었다.

하지만 여행사는 손님들에게 출발 전까지 이런 상황에 관해 아무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또 안전상 문제가 없고 만약 여행계약을 해제할 경우 요금을 50%만 환불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온 이씨 등은 여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집트에 도착하기 전에 여행을 중단했어야 한다며 요금 전액과 위자료 2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재판부는 "여행사가 여행 출발 전까지 국내외 언론매체 등을 통해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이를 손님들에게 객관적으로 전달해 위험을 수용할지 선택의 기회를 줬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출발 전에 계약을 해제할 경우 요금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면 손님들은 모두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손님들은 여행 요금 상당의 재산적 손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손님들도 언론매체를 통해 현지 상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여행을 출발한 과실을 인정해 여행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8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위자료 청구 부분에 관해서는 "손님들이 재산적 손해배상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