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 150 ㎡ 이상 금연 이후

喜 : 흡연 가능하다는 말에 소형 음식점도 '북적'
悲 : "손님 절반 이상 줄어"…금연 요구에 주먹다짐도
#1. 지난 4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여의도 KBS별관 뒤편 포장마차. 굵은 빗방울이 간간이 들이쳤지만 30㎡ 남짓한 내부 6개 테이블은 20여명의 손님으로 가득 찼다. 손님 중 절반가량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손님 이모씨(32)는 “비 오는 밤, 술 한 잔 기울이며 편안하게 담배를 피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포장마차 주인 A씨(55·여)는 “저녁부터 비가 쏟아져 걱정했는데 흡연이 가능해서인지 평소보다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도로 대각선 건너편 포장마차도 6개의 테이블 중 4개가 손님들로 가득 찼다.

#2. 같은 날 오후 8시께 서울 방이동 먹자골목. 비가 많이 내렸지만 100여개의 식당과 술집이 밀집한 유흥가답게 직장인들로 붐볐다. 골목 안쪽 대형 감자탕집은 100석 규모(165㎡)였지만 10여명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지배인 김모씨(48)는 “대형 음식점에 대한 금연이 시행된 지 4일 만에 손님들이 발길을 돌려 지난주와 비교하면 20%가량 매출이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7월부터 150㎡ 이상 음식점·주점·커피점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업소 규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담배를 피울 수 없는 대형 호프·고깃집은 손님들이 크게 줄어든 반면 흡연이 가능한 소형 주점들은 반사 이익을 얻어 매출도 오르고 있다.

30개의 테이블이 거의 비어 있는 서울 종각역 인근 육회 집. / 손님들로 북적여 들어갈 자리가 없는 서울의 한 포장마차.  

30개의 테이블이 거의 비어 있는 서울 종각역 인근 육회 집. / 손님들로 북적여 들어갈 자리가 없는 서울의 한 포장마차.  


○소형 ‘활짝’ vs 대형 ‘울상’

이날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서울 종각·강남·삼성·여의도역 등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유명 먹자골목을 중심으로 금연 단속 이후 대·소형 업소를 둘러본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종각역 인근 대형 고깃집(160㎡)은 직격탄을 맞았다.

손님들로 붐빌 오후 8시께 방문했지만 테이블 32개 중 10개도 채우지 못했다. 사장 김모씨(45)는 “금연 시행으로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원래 평일 손님이 200명 이상이었는데 금연 때문에 절반 이상 떨어져 나갔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영원한 단골은 없지 않으냐”며 “주변 소규모 업소에 단골 손님을 다 뺏기느니 차라리 규모를 따지지 말고 모든 업소에 금연 단속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밀집 지역인 무교동·여의도동도 마찬가지였다. 500석 규모인 무교동의 한 대형 호프집(660㎡)은 이날 오후 9시께 20여명 정도만 앉아 있었다.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말에 발길을 돌린 손님들은 근처를 떠돌다 흡연이 가능한 작은 가게로 들어가곤 했다. 같은 골목에 있는 소규모 이자카야의 매니저 안모씨(36)는 “‘담배를 피울 수 있느냐’며 들어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부작용 ‘솔솔’

계도기간을 거쳤지만 금연 단속이 이뤄지면서 손님들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강남역 인근 호프집 앞에서 만난 직장인 강모씨(36)는 “담배를 파는 나라에서 강제로 못 피우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술을 마시다 업소 밖에서 잠시 흡연을 즐기는 손님들이 길바닥에 버린 담배 꽁초들이 쌓이면서 도로 미관도 크게 나빠지고 있다.

금연에 불만을 품은 일부 ‘흡연파’ 손님들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업소에서 막무가내로 담배를 피우다 ‘비흡연파’와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종각역 인근 대형 음식점 사장 이모씨(47)는 “흡연파·비흡연파 손님들끼리 싸운 게 최근 3일간 두 번째”라며 “어제는 말다툼 수준이 아니라 주먹다짐으로 번져 경찰까지 출동했다”고 말했다.

흡연 고객들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만도 없는 대형 업소들은 고육지책으로 내부 금연부스를 설치하고 있다. 금연부스 제작업체인 부스파크텍 관계자는 “금연 시행 이후 흡연부스 제작 견적을 묻는 전화가 하루 20~30통씩 온다”며 “지난달 하순부터는 하루 두세 건의 주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익/홍선표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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