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목욕·'줄빠따' 했어도 범죄단체 구성 적용 못해"

폭력조직처럼 이름을 짓고 경조사에 몰려다니는 등 '조폭 행세'를 했더라도 함께 범죄를 저지를 목적이 없었다면 범죄단체구성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상해와 공갈 등의 혐의로 기소된 '부여식구파' 조직원 24명의 상고심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법상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이 부여식구파에 가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더라도 축구를 한 뒤 단체로 목욕하고 함께 식사하면서 '식구'로 활동하기로 한 사실만으로는 새로운 폭력조직을 결성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결성식이나 가입식은 물론 역할분담이나 연락체계 등을 정한 자료도 없는 점 ▲조직원에게 자금을 지원하거나 조직의 위세를 과시하는 등의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른 일이 없는 점 ▲탈퇴해도 별다른 보복을 하지 않은 점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활동이라는 것도 경조사 참여와 속칭 '줄빠따', 주점 관리 등에 불과했다"며 "조직을 결성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특정 지역사회의 패거리나 모임에 불과할 뿐 통솔체계를 갖춘 조직적인 결합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부여식구파'는 1990년대 충남 부여군 일대의 양대 폭력조직으로 활동한 '봉선화파'와 '신동하파'가 와해된 이후 일부 조직원들이 지역 불량배를 규합해 2005년에 결성한 조직이다.

검찰은 이들이 범죄단체를 결성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한정된 지역 및 학교 선후배들이라는 강한 유대감으로 인해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패거리나 모임에 불과하다"며 범죄단체 구성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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