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변종 성매매업소 운영하다 자진 철거

"쿵, 쿵, 쾅쾅쾅!"
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 지하는 이른 아침부터 귀를 찢는 소음과 함께 뿌연 먼지로 가득했다.

열댓 명의 인부들은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 벽을 부수고 욕조를 깨고 칸막이를 뜯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하 1, 2층 전용면적 330여㎡ 규모에 차려놓은 11개의 밀실. 마사지업소를 가장한 불법 성매매업소였다.

1층 입구 앞에는 내다 버린 실내장식 잔해 사이로 목욕 가운, 러브젤, 슬리퍼 등 성매매 영업에 이용된 도구들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말끔한 디자인의 검은색 간판은 마치 고급 술집을 연상시켰다.

맞은 편엔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 건물이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인디 예술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문화공간 건너편에서 은밀한 장사가 이뤄지고 있었던 셈이다.

인근 상인들은 이날 몰려든 취재진을 보고 웅성거렸다.

이곳이 지난 10년간 숱한 불법 성매매가 이뤄진 '아방궁'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눈치였다.

업주 이모씨는 2010년부터 7차례나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하지만 무허가 업소라 영업정지나 업장폐쇄 등 구청의 행정조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

업주와 종업원만 `잠깐' 형사 처벌을 받고 영업을 계속했던 것이다.

근절되지 않는 성매매 영업을 뜬 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경찰이 결국 빼든 카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였다.

강남경찰서 생활질서계는 학교보건법에서 단서를 찾았다.

학교 반경 200m 내 성매매 업소는 철거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강남경찰서와 강남구청은 관내 학교 인근 성매매업소에 학교보건법은 물론 건축법과 성매매방지특별법까지 적용해 철퇴를 내렸다.

단속 즉시 자진철거 통지, 명령서 부착, 이행 강제금 부과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고 업주 뿐 아니라 건물주까지도 압박해 업장 철거를 유도한 것이다.

당국의 단속과 건물주의 압박을 못 이긴 업주 이씨는 결국 이날 자비 3천만원을 들여 자진 철거를 선택했다.

강남 불법 안마방의 원조격으로 불리던 'KEN○○'가 한 줌의 재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경찰은 이 업소를 포함해 관내 학교 반경 200m에 있는 변종 성매매업소 14곳을 단속해 총 11곳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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