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알고도 업체와 계약 체결

CJ E&M이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문자투표에 참여하는 시청자들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다 업체와의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해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지상목 부장판사)는 콘텐츠업체 A사가 슈퍼스타K를 제작한 CJ E&M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1억6천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업체는 케이블채널 Mnet의 슈퍼스타K 시즌3 방송을 앞둔 지난 2011년 7월 CJ E&M 광고사업부와 '슈퍼스타콜'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 7천만원을 지급했다.

슈퍼스타콜은 시청자들이 슈퍼스타K 시즌3 참가자 중 자신이 응원하는 사람에게 문자투표를 하면 CJ E&M은 이를 통해 확보한 시청자들의 전화번호를 A사에 제공하고, A사가 이 번호로 최종 선발된 탑11의 영상메시지를 전송하는 서비스다.

시청자들이 탑11의 영상메시지를 수신하거나 참가자에게 응원메시지를 보내면 500원의 정보이용료가 부과되는데 CJ E&M과 A사는 이 수익을 나눠 가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CJ E&M은 문자투표로 확보한 시청자들의 전화번호를 제대로 넘기지 않았다.

2011년 11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두 차례 실시한 문자투표로 확보한 전화번호 13만여건만 제공했을 뿐이었다.

이에 A사는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전화번호 확보가 관건인데 CJ E&M에서 전화번호를 제공하기로 계약하고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A사는 또 CJ E&M이 시청자에 보낼 참가자의 영상메시지도 촬영해 제공하기로 했지만 당초 약속했던 495개에 훨씬 못 미치는 40개밖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계약 전 회의내용을 보면 CJ E&M이 A사에 440만개의 전화번호를 제공하는 문제 등이 논의됐다"며 "CJ E&M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A사가 매출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CJ E&M은 문자투표로 확보한 전화번호를 동의 없이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어서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고 따라서 배상책임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부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약 전 회의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가 발견됐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모색하기로 한 점 등을 볼 때 법적 문제를 알고도 계약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법적 문제를 인지하고도 계약을 체결했다면 시청자들의 동의를 받아 전화번호를 제공해야 하고, 이런 절차가 복잡하거나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어 영상메시지 제공건수에 대해서도 "CJ E&M 측 주장처럼 생방송 진출자를 기준으로 하더라고 최소 93개는 제공해야 하는데 40개밖에 주지 않은 책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청자 동의를 받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CJ E&M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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