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청 파이트녀' 동영상 확산…싸움중계 '씁쓸'
찍느라 바쁜 촬영자, 싸움 부추기는 구경꾼들
경찰 "동영상 유포 처벌받을 수 있다"


광주의 대표적인 유흥가인 동구 구시청 도로 한복판에서 남녀가 주먹다짐을 벌였으나 이를 본 행인들은 말리기는커녕 싸움을 부추기고 동영상 촬영에만 열중해 씁쓸하게 하고 있다.

27일 오전 현재 주요포털사이트에 '구시청 파이트녀'라고 치면 동영상 수십 개가 검색된다.

지난 23일께 한 시민이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려 인터넷상에서 급속히 퍼진 것으로 추정되는 5분 분량의 동영상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도로 한복판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간판에 불을 켜고 주변상가가 장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아 오후 늦은 시각에 광주 동구 구시청 도로에서 남녀의 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신발까지 벗어 던진 여성은 남성의 머리채를 잡고 욕설을 퍼부었다.

길 한가운데는 이들이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스쿠터 한 대가 세워져 차량 흐름을 방해했다.

남자는 "치워라. 왜 이러냐"고 주먹을 휘두르며 멱살과 머리채를 계속 잡는 여성의 손을 뿌리치지만 이 여성은 화가 풀리지 않는 듯 계속 남성을 쫓아다니며 싸움을 걸었다.

남성은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상대가 여성이어서인지 별다른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일부 주변 고등학생이 말리기도 했지만 이들의 다툼은 한 차량이 길가에 멈춰서 경적을 울려댈 때까지 계속됐다.

길 막힌 차량이 경적을 울려대자 남녀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자신들의 짐을 챙겨 스쿠터를 한쪽으로 치웠다.

이 때도 여성은 스쿠터를 끌고 가는 남자의 머리채를 계속 잡고 있었다.

스쿠터가 치워지고 한참 멈춰 서 있던 차량이 지나가려 하자 이번에는 여성이 길을 막고 섰다.
'구시청 파이트녀' 동영상 확산…싸움중계 '씁쓸'
경적을 울려댄 차량운전자에게 항의라도 하듯 한참을 가로막고 노려봤다.

이에 남성이 여성을 낚아채듯 끌어냈고 남녀 사이의 육탄전이 벌어졌다.

지나던 차량에 두 사람이 치일 뻔한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이를 지켜본 동영상 촬영자와 시민들은 "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를 외치는 등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휴대전화로 촬영하기 바빴다.

누군가는 "페북에 올려야겠다"고 말했고 사람들은 "야! 보이는 데서 싸워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시민들이 몰리자 골목으로 피하며 싸움을 계속하는 남녀를 시민들 수십 명은 휴대전화를 높이 치켜들고 촬영하며 뒤쫓아가기 바빴다.

인터넷 게시판에 이 동영상을 올린 한 누리꾼은 "싸움도 살벌하지만 마지막에 보면 우르르 따라가면서 다들 휴대전화기로 찍고 있는 모습이 한심스럽다"며 혀를 찼다.

경찰은 이 동영상을 유포하는 행위에 관해 "당사자들이 동영상의 유포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고소하면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일을 촬영해 유포했다 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