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인 엄마, 세살 딸 부상에도 방치해 숨지게
치료의사, 변사 신고 안해…검안의, 허위 검안서 작성


생후 27개월된 여아가 숨져 지난 4월 인터넷을 달궜던 일명 '지향이 사건'과 관련, 지향 양의 친어머니 등이 무더기로 처벌받게 됐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17일 집 안팎에서 넘어져 뇌출혈 증세를 보이는 딸을 수 일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 아동복지법 위반)로 지향 양의 친모 피모(25·어린이집 교사)씨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피씨 동거남 김모(23)씨를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또 지향 양의 시신을 보지도 않고 허위로 시신검안서를 작성한 의사 양모(65)씨를 허위검안서 작성 혐의로, 이 허위검안서를 화장장에 내고 지향 양의 화장을 도운 장의차량 운전사 김모(47)씨를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이밖에 지향 양이 질병으로 숨지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관할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은 경북대병원 의사 박모(32)씨와 경북대병원 의료법인 등도 의료법위반으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숨진 지향이는 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도 기본적인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등 거의 방치되다 시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4월 서구 한 원룸에서 동거남 김씨, 딸 지향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피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로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출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제대로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지향이는 엄마와 동거남 김씨가 돌아올때까지 집안에 홀로 남겨지곤 했다.

경찰은 "엄마는 딸이 먹을 우유와 빵을 탁자 위에 뒀다고 하지만 갓 세살을 넘긴 아이가 제대로 찾아 먹었을지는 의문"이라며 "지향이는 오전에 찬 기저귀를 갈지못하고 하루종일 차고 있을 때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2월초~3월 사이 지향이 머리에서 탁구공 크기의 부종 2~3개가 발견됐다.

그즈음 지향이는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구토를 해댔다.

그러나 피씨 등은 평소처럼 지향이만 남겨둔채 출근했고, 심야 영화를 보거나 술을 마신 뒤 밤늦게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18일 퇴근 후 딸의 눈동자가 풀리고 의식이 없는 것을 발견한 피씨는 경북대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도록 했으나 지향이는 이틀뒤 결국 좌측뇌경막하출혈로 숨졌다.

지향이가 숨진 뒤 경북대병원 의사 박씨는 변사가 의심되는데도 "목욕탕에서 넘어져 다쳤다"는 엄마의 말만 믿은 채 관할경찰서에 신고하지 않고 사망원인을 '급성외인성 뇌출혈'로, 사망종류를 '외인사'로 기재한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또 검안의 양씨는 박씨가 발급한 사망진단서만 보고 검안도 하지 않은 채 사망원인을 뇌출혈로, 사망종류를 병사로 쓴 허위 시신검안서를 발급했다.

이 때문에 지향이의 시신은 별다른 조사 없이 바로 화장됐다.

사건은 이렇게 묻힐 것 같았지만 소문을 들은 지향이 할아버지 친구가 경찰에 알리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또 지향이 고모가 인터넷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지향이의 죽음은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경찰 한 관계자는 "변사신고 없이 시신이 화장돼 검안과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힐 수는 없어 친엄마를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하지 못했다"며 "지향이 엄마는 수사과정에서 '잘못했다'고 반성했으나 울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최수호 기자 leeki@yna.co.krsu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