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이나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로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1989년 말 불거진 ‘우지 파동’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삼양식품 삼립유지 서울하인즈 오뚜기식품 부산유지 등 5개 식품회사가 ‘공업용 우지’(소고기 기름)를 사용했다며 회사 대표와 실무자 등 10명을 구속하고 수사 상황을 내보냈다.

당시 라면업계 점유율 2위였던 삼양식품은 이 사건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시판 제품을 모두 수거해 폐기했다. 이 회사는 점유율이 폭락하며 1998년 부도 위기까지 맞았다. 이후 서울고등법원은 “미생물 화학적·물리적 위해인자 분석이나 위해 평가를 하지도 않고 기소해 인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들 기업에 무죄를 선고했으나 기업 이미지는 바닥에 떨어진 뒤였다.

1998년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때도 일부 통조림 기업이 유독성 포르말린을 첨가한 통조림을 제조·판매했다는 피의사실이 검찰에 의해 공공연히 유포되면서 해당 기업들이 부도를 맞고 말았다. 이후 통조림에서 검출된 포르말린의 원료 포름알데히드는 자연 상태에서 생길 수도 있고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법원은 기업들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피해를 입은 김진흥 전 한샘식품 대표는 한 공청회에서 “형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3년간의 재판기간 동안 피의자가 아닌 범죄자로 살아야 했다”며 억울해했다.

2004년 ‘쓰레기 만두 사건’은 경찰이 피의 사실을 공표해 기업이 피해를 본 사례다. 경찰은 당시 대기업 등 25개 식품회사에서 불량 만두소를 사용한 혐의를 발표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은 업체 리스트까지 공개했다. 이후 소규모 만두 제조업체들은 줄지어 문을 닫았고, 30대 신모 사장은 유서를 남기고 서울 반포대교에서 투신자살했다. 최종 수사 결과 2명의 만두소 공급업자만 불구속 기소됐고 이들에게도 2005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기업 비리 등 수사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피의사실 유포도 되풀이되는 악습 중 하나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1999년 ‘옷 로비 사건’ 내사보고서 유출 사건, 2003년 나라종금 사건,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 등에 휘말려 세 번이나 구속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2004년에는 인천지방경찰청이 당시 안상수 인천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하면서 비공식적으로 언론을 통해 “인천시장이 모 건설사로부터 현금 2억원을 수수했다”는 식으로 피의사실을 흘렸으나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