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살해범'은 지하철 공익근무요원이었다
경찰·철도공사도 몰라…"여자 전문가" 과시

대구 여대생 살해범이 지하철역에서 근무해온 공익근무요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가 공익근무요원들의 제보를 받아 3일 대구 지하철역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범인을 잡은 경찰은 물론 그가 근무해온 대구도시철도공사 측도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1일 검거된 조모(24)씨는 대구도시철도 1호선의 한 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해왔다.

지난해 8월 말부터 이 역에서 근무한 조씨는 내년 7월 말 소집해제될 예정이었다.

조씨는 지하철역 관계자들에게는 "폭력전과가 있어 공익요원이 됐다"고 자신을 소개, 역 관계자들도 아무런 의심없이 그의 말을 믿었다는 것이다.

조씨가 근무한 지하철역의 한 관계자는 "다른 공익요원 4명에 비해 평소 아프다며 자주 병가를 낸 것 이외에는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함께 근무하면서도 평범한 공익요원으로만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는 2011년 울산에서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80시간, 신상정보공개명령(고지명령 3년)을 선고 받은 전과자였다.

그는 훈련소 생활을 할 때 "나는 아동성범죄자다.

여자는 내가 전문가"라며 과시했다고 함께 훈련을 받은 공익요원들은 전했다.

그는 여대생을 살해하고 지난달 28일, 30일 평소처럼 오전 7시에 출근해 정상 근무를 한 뒤 오후 4시께 귀가하는 등 태연하게 행동했다.

경주 저수지에서 여대생 시신이 발견된 이튿날인 지난달 27일과 29일, 31일에는 두통과 요통을 이유로 병가를 냈다.

숨진 여대생을 처음 만난 클럽에서는 성폭력 치료강의 때 알게 된 송모씨와 함께 어울렸다.

경찰 등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1월부터 매 주말마다 이 클럽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여대생을 살해하고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출근하고 이 클럽을 찾아 또 다른 여성을 물색하기도 했다.

검거 당시에도 이 클럽에서 술을 마시며 여느 때와 다름없는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검거가 늦었다면 또 다른 범죄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근무한 곳은 도심 외곽의 지하철역으로 여성과 미성년자들의 이용이 잦다.

한편 채승기 대구 중부서 수사과장은 "보고 받지 못해 조씨가 무직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sunhy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