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택시기사→클럽 합석 20대' 밤새 번복

대구 여대생 남모(22)씨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밤새 뒤바뀌는 등 경찰의 수사가 큰 혼선을 빚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대구 중부경찰서는 지난 31일 오후 택시 기사 이모(31)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이씨는 사건 발생 시간대인 지난 25일 오전 4시 20분께 대구 중구 삼덕동 클럽 골목 근처에서 남씨를 자신의 택시에 태운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별다른 증거도 발견되지 않자 경찰은 5시간여 만에 이씨를 풀어줬다.

다행히 경찰은 이씨로부터 남씨의 남자 친구라는 한 20대가 도중에 합승해 행선지를 바꾼 사실을 확인, 택시에 함께 탔던 조모(24·무직)씨를 새 용의자로 붙잡을 수 있었다.

조씨는 남씨가 실종되기 전 있었던 클럽에서 남씨와 합석해 술을 마신 사이였다.

앞서 경찰은 택시 기사를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동안 대구시내와 대구~경주 간 주요 도로 폐쇄회로(CC)TV에 찍힌 통행차량을 분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에 검거된 조씨는 이렇다 할 직업이 없는 데다 시신 유기에 사용된 차량도 택시가 아닌 렌터카로 밝혀졌다.

경찰은 애초 조씨도 중요한 용의선상에 올려뒀다고는 했지만 택시 찾기에 급급해 조씨에 대한 수사는 뒷전으로 밀렸다.

추후 조씨의 거주지로 밝혀진 대구 북구 산격동 일대가 남씨의 휴대전화 위치가 최종 확인된 지점이라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던 셈이다.

경찰은 "남씨가 실종 직전 탔던 택시만 일단 찾으면 운전기사를 상대로 혐의를 조사하거나 아니면 제3의 인물을 찾는 단서로 삼을 수 있다고 봤다"며 "실제로 택시 기사를 상대로 조사한 끝에 들어맞는 용의자로 조씨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