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진짜 아빠?…법원도 "못 가려"
‘뽀통령’(뽀로로 대통령)으로 불리는 인기 캐릭터 ‘뽀로로’(사진)의 저작권을 둘러싸고 두 공동 제작사가 벌인 ‘친부(親父)’ 소송에서 법원이 두 회사의 공동 소유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홍이표)는 31일 (주)오콘이 (주)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자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이코닉스 측이 음악이나 음향, 목소리 더빙 작업에도 관여했기 때문에 캐릭터 특유의 말투나 표현 형식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며 “창작적 표현 방식에 단 1%만 기여했더라도 저작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오콘 측은 시각적 캐릭터를 전체에서 분리해 그 부분에 대해 단독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캐릭터는 특징이나 성격, 생김새 등을 포함하는 총체적 정체성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2002년 오콘과 아이코닉스는 방송용 애니매이션 ‘꼬마펭귄 뽀로뽀로’(가칭)를 공동 제작한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체결했다. 약정서에 따라 오콘은 캐릭터 디자인 등을 담당했고 아이코닉스는 마케팅과 홍보, 광고 등을 맡았다. 이 애니메이션은 2003년 11월 EBS에서 첫 방송이 나간 뒤 ‘뽀롱뽀롱 뽀로로’라는 제목으로 시즌 4편까지 방영되면서 뽀통령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4년 아이코닉스 측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캐릭터 대상에 단독으로 후보 신청을 하면서 양측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오콘 측은 “자신들이 실제로 캐릭터를 그리고 만들고 있는데도 아이코닉스 측이 스스로를 ‘창작자’인 것처럼 홍보하고 상도 독차지하고 있다”며 2011년 10월 아이코닉스를 상대로 저작자 확인 소송을 냈다. 아이코닉스 측은 “뽀로로와 관련해 항상 공동 제작자임을 표시해왔다”며 “저작권은 우리 측에도 있다”고 맞서왔다.

한편 현재 뽀로로에 대한 저작권은 오콘과 아이코닉스 외에 EBS, SK브로드밴드 등 4개사가 갖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