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현장 취재 막기도…비 내려 공사 중단

경남 밀양지역 765㎸ 송전탑 공사 재개 8일째인 27일에도 공사를 강행하려는 한전과 저지하려는 반대 주민들이 곳곳에서 충돌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송전탑 85번 공사현장에서 굴착기에 쇠사슬로 몸을 묶고 시위하던 주민 6명을 한전 직원 50여 명이 달려들어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하던 이모(66·여) 씨가 한전 직원들에게 저항하다가 앞니가 흔들리고 허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저항하던 다른 주민 3명도 탈진 증세를 보였다.

한전은 미리 준비한 절단기로 주민들이 굴착기에 몸을 묶은 쇠사슬을 자르고 공사 장비에서 분리시켰다.

주민들은 한전이 주민 보호용으로 마련했다는 구조용 들것에 실려 공사장 밖으로 밀려났다.

일부 한전 직원은 현장에서 촬영하는 취재진을 막기도 했다.

한전은 주민들을 공사장비에서 분리하자마자 굴착기 시동을 걸고 곧바로 공사장으로 향하는 진입도로 확보 공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현장에서 한전과 주민 간 충돌 과정을 지켜봤으며, 주민들의 공사 현장 접근을 차단했다.

한전은 주민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공사 장비에서 분리시켰으며, 공사방해는 불법이라며 수차례 경고를 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이날 전날보다 1곳이 늘어난 9곳의 송전탑 공사장에 장비와 인력을 투입했다.

같은 시간 인근 단장면 고례리 송전탑 89번 공사현장에서도 굴착기 2대에 몸을 묶고 송전탑 공사하던 주민과 한전 직원이 충돌했다.

주민들이 강력히 저항해 공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한전이 공사를 재개한 지난 20일 이후 부상자는 모두 17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한전의 공사를 강행으로 주민 부상자가 느는 가운데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이용훈 주교가 오는 28일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을 찾는다.

야당, 시민사회단체,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전의 송전탑 공사현장과 주민 농성장 방문도 늘고 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는 고령의 주민들에게 더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한전이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전은 이날 오후 송전탑 공사장에 많은 비가 내리자 장비는 그냥 두고 현장 인력을 철수했다.

한전은 28일에도 비가 내리면 일단 현장 공사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측 간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정은 지난 24일 밀양 송전탑 사태 해결을 위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고 오는 29일 열리는 국회 산자위 통상·에너지소위에서 활동 기간 등을 정하는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정부, 밀양 주민, 국회 추천 각 3명 등 9명으로 구성되며 국회 추천 3명은 여당, 야당, 여야 합의로 한 명씩 추천된다.

협의체는 최장 45일간 활동하면서 송전탑 건설의 대안으로 주민들이 제시한 기존 선로를 활용한 우회 송전, 지중화 작업을 통한 송전의 타당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한전은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에 이르는 90.5㎞ 구간에 765㎸ 송전탑 161기를 설치할 예정인데 울산 울주군,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와 창녕군은 공사가 끝났지만, 밀양시 4개 면에 세울 52기 송전탑은 주민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공사를 남겨둔 송전탑은 단장면 21기, 상동면 17기, 부북면 7기, 산외면 7기다.

(밀양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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