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들이 외국변호사 인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 베테랑 변호사들이 경쟁 로펌인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눈길을 끈다. 오는 7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2차 법률시장 개방 등에 대비해 대내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팀장급 미국 변호사 5~6명을 영입해 자사 조세팀, 국제중재팀, 해외 인수합병(M&A)팀, 노동팀 등에 배치했다. 김앤장에서는 심재진, 조현우, 김태형 변호사 등을 데려왔다. 심 변호사는 국제조세 분야 전문가고, 조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10년 이상 노동팀장을 맡았다. 김 변호사는 미국 및 영국 로펌에서 파트너로 일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M&A 분야 전문가다.

광장은 이들과 함께 김앤장 조세팀 창립 멤버로 20년 넘게 일한 공인회계사 이종열 박사를 고문으로 초빙했다. 또 세계 최대 로펌 베이커앤드매켄지에서 염정혜 변호사를 데려왔으며 환경부 등 환경 분야 정부 부처에서 27년간 근무한 최병철 전 수도권매립지공사 팀장을 환경팀 전문위원으로 영입했다. 광장의 김재훈 대표변호사는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자체 역량을 강화한다는 다목적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로펌 관계자는 “시장이 열리면서 외국 변호사 수요가 늘고 있다”며 “외국 변호사는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비교적 회사를 자주 옮겨 인력쟁탈전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 로펌은 현재 사무소를 개설해 외국법 자문 업무만 처리할 수 있다. 오는 7월(한·EU FTA 기준) 2차 개방이 이뤄지면 국내 로펌과 제휴해 국내법을 자문할 수 있게 된다. DLA파이퍼 등 공격적 성향의 영국 로펌은 “한국 로펌과 사안별로 제휴해 일하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 간 영입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경우 외국 변호사들의 몸값 상승도 예상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