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스펙 말고 숨은 실력을 보여줘 !
SK그룹은 지난해 ‘바이킹 챌린지 오디션’이란 독특한 인턴 선발제도를 도입했다. 학력 등 이른바 스펙을 보지 않고 지원자들의 자기소개만으로 합격자를 뽑는다. 지난달 실시한 올해 오디션에는 10만원으로 106일간 세계 일주를 한 지원자, 직접 디자인한 시계로 1인 창업에 나선 사람 등 450명이 몰렸다.

대기업 인재 채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 학점, 영어점수 등 스펙을 보고 뽑던 관행에서 벗어나 구직자의 열정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1일 발표한 주요 그룹의 채용 방식에서도 이런 변화는 뚜렷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스펙 타파’였다. SK그룹에 이어 KT도 올해 ‘올레 오디션’이라는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채용박람회에서 하는 5분 자기소개를 통과하면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입사지원서에 사진란, 부모 주소, 제2외국어 구사능력 등의 기입란을 없앴다. 학맥·인맥 등에 관계 없이 능력만 보고 뽑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또 채용박람회 때 ‘5분 자기PR’을 실시해 합격자에게는 서류전형을 면제해준다. 삼성도 서류전형을 없애고 일정 요건만 갖추면 2차 전형인 직무적성검사(SSAT)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롯데그룹은 ‘대졸 공채’라는 명칭을 ‘A-그레이드 신입사원 공채’로 바꿨다. 명칭만 바꾼 건 아니다. 대졸 학력 제한을 없애 고졸자도 공채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도 인턴사원을 뽑을 때 학력·출신학교·학점·사진 기재란을 없앴다.

고졸·지방대 출신 인재를 뽑는 것도 눈에 띄는 트렌드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마이스터고 2학년을 대상으로 학비를 보조해주고 커리큘럼도 제공한다. 앞으로 10년간 마이스터고 졸업생 1000명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마이스터고, 특성화고와 연계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삼성은 대졸 공채 외에 고졸 공채도 실시한다.

SK는 올해 대졸 채용인원 4300명 중 30% 이상을 지방대생으로 채용한다. 삼성도 올해 공채 인원의 35%를 지방대 출신 인재로 뽑기로 했다.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구직자들은 스펙 쌓기보다 자신만의 장점과 열정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