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학생회가 주최한 '5·18 사진전'의 전시 사진 일부가 훼손돼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 등에 따르면 문과대학생회는 지난 15일부터 서울 종로구 안암동 고려대 문과대 건물 앞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전'을 열었다.

학생회는 게시판에 1980년 당시 광주에서 계엄군이 광주시민을 폭력 진압하는 사진과 희생자들의 장례식 사진 등 30여장의 사진을 전시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지난 16일 아침 사진이 훼손됐다는 제보 전화를 받고 나가보니 기존 전시물 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과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의 조정에 의해 일어난 폭동이었다'는 주장을 담은 사진 10여장이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회는 덧붙인 사진을 바로 제거하고 사진전을 정상 진행하고 있다.

학생회의 조사결과 보수성향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좌빨천국 고려대학교 산업화 시전'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전 훼손을 인증한 사진과 글이 발견됐다.

글쓴이는 '얼마 전부터 학교에 이런게 붙어있는 것(5ㆍ18 사진전)에 대해 화가 나 있었다.

내일 학교 와서 (이것을 보고) 화가 날 좌빨들을 생각하니 흐뭇하다'는 글도 남겼다.

학생회는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전 훼손에 대한 입장'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왜곡, 폄하하는 치졸하고 비겁한 행위"라며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확장한 역사의 중요한 장면에 '북괴의 사주를 받은 폭동'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폄하가 나와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학생회는 "이런 행위는 학내의 건전한 공론장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학생회가 광주를 기억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면 반박 내용을 다른 곳에 붙여 공론화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승범 문과대 학생회장은 "제보자의 말과 일베에 올린 글로 볼때 고려대 학우가 저지른 일로 추정되지만 신원을 밝혀내 처벌하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이 같은 표현 방식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서강대, 부산대 등 다른 대학들도 5.18을 소개한 대자보가 찢기는 등 홍역을 앓고 있다"며 "1980년 5월 광주의 의미를 근거없이 폄하하고 표현의 자유가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7일 현재 일베에 올라왔던 인증 글은 삭제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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