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불법 농성이 판쳐 일반 국민과 기업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국 도심 곳곳에 설치된 천막 농성장은 47개로 3월에 비해 12개가 늘어났다. 이 중 상당수가 불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사옥에는 지난달 22일부터 현대차 사내하청대책위원회 근로자 20여명이 불법 파견노동자의 정규직화, 사내하도급 폐지 등을 요구하며 불법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밤에도 현대차 사옥 앞에서 잠을 자며 농성 중이지만 공권력은 지켜만 볼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스피커를 통해 노동가를 틀고 정문 출입문을 가로막아 직원들은 차량 통행과 업무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건물 사이에선 스피커를 동원한 1인 시위가 1주일에 한두 차례씩 몇 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이들은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앰프를 켜놓고 하루종일 떠들어 직원과 시민들이 소음 불편을 겪고 있다. 이들의 시위로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대외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경찰은 적극적으로 중지시킬 움직임이 없다.

장기간 천막 농성이 이어지면서 주변에 소음, 통행 불편 등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농성장도 적지 않다. 서울 충정로 골든브릿지증권 빌딩 앞에서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부터 160일 이상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골든브릿지증권 노조의 경우 건물주 및 입주사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한 대표적 농성 장소로 꼽힌다.

이동희 경찰대 교수는 “우리 사회도 의식과 관행이 더욱 성숙해져 법을 준수하는 준법정신이 정착되고 법을 어긴 데 대해선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감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집회시위 문화도 안정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남대 교수(경찰행정학)도 “일관성 있는 법집행이 이뤄지고 소음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인다면 시위문화가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