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구직자·근로자들의 노동조합을 표방해온 청년유니온이 정식 노조로 인정받았다. 청년층이 많이 일하는 편의점 미용실 등에서 전국단위 단체교섭이 이뤄질 전망이다.

1일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서울고용노동청 남부지청은 지난 30일 청년유니온에 노조 설립필증을 교부했다. 청년유니온의 여섯 번째 노조 설립 신고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2010년 출범했지만 고용노동부가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설립 신고를 반려해 법외 노조로만 활동해왔다. 남부지청 관계자는 “사업장에 소속된 조합원을 보호하는데 무게를 두고 최근까지의 판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국단위 노조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지금까지 설립 신고를 반려해온 근거는 “근로자가 주체가 돼 조직된 단체”로 노조를 정의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항이다. 이 조항에 근거해 고용부는 “단체에 ‘근로자가 아닌 자’가 많으면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유지해왔다. 청년유니온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구직자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청년층 전체의 노조’를 표방해온 터라 고용부의 이 방침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이 청년유니온의 손을 들어주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2월에는 서울행정법원이, 11월에는 서울고등법원(항소심)이 “청년유니온14에 대한 서울시의 설립 신고 반려 처분을 취소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청년유니온14는 청년유니온이 소송을 위해 조합원 2명(근로자·구직자 각 1명)을 따로 분리시켜 만든 단체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는 회사 등에 고용돼 취업 상태인 사람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 구직 중인 사람도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을 때는 포함된다”고 말해 고용부의 방침을 부정했다.

법원의 1심 판결 뒤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유니온 지역지부에 잇따라 노조 설립필증을 교부했다. 전국단위 노조는 고용부에서, 지역단위 노조는 지자체에서 노조 설립 신고를 받는다. 1심 판결 직후인 지난해 3월 서울시가 청년유니온 서울지부에 처음으로 설립필증을 교부했다. 이어 6월 광주지부, 7월 인천지부, 8월 대전지부·충북지부, 올해 2월 대구지부가 각 지자체로부터 설립필증을 받아 정식 노조가 됐다. 그러나 고용부는 최근까지도 기존 방침을 유지하며 청년유니온 전국본부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았다.

청년유니온은 지난달 18일 고용노동부에 여섯 번째 설립 신고를 냈다. 전체 조합원은 약 670명이지만 모두 기록하기가 어려워 신고서에는 12명만 적었다. 이 가운데 4명만 직장이 있어 ‘사업장 주소지’ 란은 4명만 채웠다. 그러자 남부지청은 지난달 23일 이를 보완하라며 설립 신고서를 다시 한 번 되돌려 보냈다. 보완 요구를 받은 청년유니온은 그 사이에 추가로 취직한 3명을 포함해 모두 7명에 대해 사업장 주소지를 적었다. 나머지 5명은 ‘구직자’라고 명시했다. 그러자 남부지청이 30일 설립필증을 교부했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설립필증을 내주지 않기 위한 구실로 이런저런 이유를 들었지만, 이번에는 사업장 주소지 란을 모두 채우면 설립필증을 내주겠다는 취지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법원이 청년유니온을 노조로 인정했기 때문에 고용부도 방침을 바꿔야할지 고민했을 것”이라며 “새 정권이 시작된 만큼 이번이 설립 신고를 받는 적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청년층 근로자가 많은 편의점 미용실 등 프랜차이즈 업체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들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교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국단위 노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번 전국본부 설립필증 교부로 청년유니온은 프랜차이즈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합법적 지위를 가지게 됐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조의 교섭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미용실 보조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이철헤어커커 등 대형 미용실 프랜차이즈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미용사 산별노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