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정년 60세 시대 (2)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

임금피크제 도입 등 놓고 노사 갈등 불보듯
임원 자리 늘려 '승진 후 해고' 편법 가능성도
60세 부장·차장 '늙은 사무실'…"인사 적체·생산성 어쩌나"

2016년부터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기업들이 인사관리에 커다란 숙제를 떠안게 됐다. 고령자가 3~5년가량 더 직장에 머물게 되면서 ‘늙어가는 사무실’에 맞춰 인사관리의 큰 틀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박준성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정년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정치권이 그 부담과 숙제를 기업에 모두 미룬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고용유연성을 강화해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방안 등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인사관리 비상

정보통신회사인 H사는 현재 정년이 55세다. 직원 6200명 중 50세 이상이 200명이 넘는데, 앞으로 이들을 60세까지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에 빠졌다. 급변하는 정보통신업계에서 변화에 더딜 수밖에 없는 고령자를 활용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한 대기업 인사팀장은 “정년 연장으로 고령자가 늘어나 인사 적체, 승진 지연, 생산성 저하 등으로 인사관리 체제를 전반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기업들이 규정한 근로자 정년은 평균 58.4세지만 실제 퇴직 연령은 희망퇴직 등으로 55세 정도다. 60세까지 회사를 다닌다면 5년 정도 연장되는 셈이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34세 이하의 세 배지만 업무효율은 60% 선에 불과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임금을 줄일 수밖에 없지만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 연장이 입법되는 바람에 노측이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회사 측은 결국 생산성에 의거한 연봉제와 발탁인사 확대 등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기업은 상무보 상무대우 등 초급 임원 직급을 늘려 50대 부장들을 승진시킨 뒤 상당수를 해고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사무실이 고령화돼 활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분위기로는 희망퇴직 등도 없이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이럴 경우 철밥통이 돼서 기업들이 역동성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고용유연성을 확보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짧은 경과 기간 탓 혼란 불가피

별다른 경과 규정 없이 3년 뒤인 2016년부터 정년 60세가 도입됨에 따라 당분간 노사관계에 혼란이 우려된다.

임금피크제가 대표적인 불씨다. 당초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추진되던 정년 연장이 임금피크제 없이 통과돼서다. 노측에선 60세 이전에 임금피크제를 통해 줄어든 임금을 받을 이유가 없어졌다. 포스코 한국중부발전 우리은행 등 정년 연장을 조건으로 임금피크제를 택한 기업에서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가장 많은 ‘정년 55세’ 직장의 경우 정년 연장은 1961년생부터 적용된다. 1959년생, 1960년생 등은 1~2년 차이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당장 이들이 형평성 차원에서 반발할 수 있다. 제도를 연착륙시키려면 정년을 차차 1년씩 늘려 59년생은 58세까지, 60년생은 59세까지 조정하는 등 5년가량 경과 기간을 두는 게 필요했지만 노사 협상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2018년쯤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경과 규정 없이 입법돼 당분간 혼란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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