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줄소송] 대법원 판례는 달라지는데 고용부 지침은 20년째 '제자리'
통상임금 줄소송 사태의 핵심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의 통상임금 범위와 고용노동부가 정한 ‘통상임금 산정지침’이 있다. 이 지침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시급, 일급, 주급, 월급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통상임금을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통상임금 판단기준을 예시하고 있다.

문제는 관할부처인 고용부가 이런 시행령과 지침을 지난 20년간 거의 바꾸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해 왔다는 점이다. 반면 대법원은 1994년 이후 수차례의 판례를 통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점차 넓혀왔다. 초기에는 노동부(현 고용부)가 규정한 통상임금의 범위와 지침을 수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994년 “전체 근로자에게 지급되지 않더라도 일정한 고정적 조건을 만족시킨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냈다. 육아수당의 경우 모든 근로자에게 주지는 않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사람에게는 조건 없이 주기 때문에 통상임금이라는 것이다. 1996년에는 통상임금 지급 주기가 처음에 정해 놓았던 한 달이나 한 주 단위의 지급주기와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례를 냈다. 명절이나 하계 휴가비처럼 월급제 직장에서 분기나 연 단위로 지급되는 금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또 같은 해에 식대비, 체력단련비 같은 복리후생비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2006년 제기됐던 유사 사건에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럼에도 고용부는 대법원이 내린 네 가지 주요 판결 가운데 어느 것도 현행 ‘통상임금 산정지침’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대법원 판례들은 개별 사업장에 국한돼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판례가 충분히 축적됐다고 볼 수 없는 만큼 당장 지침을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 여부가 산업계의 중차대한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더 이상 현행 임금제도에 대한 개편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