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쓰레기, 컨테이너에 담아 운반하자"
동북아 관광·물류 허브 조성을 목표로 2조2500억원을 들여 건설한 경인아라뱃길.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해운 물동량은 당초 예상치의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하루 화물선 1척이 다니는 것이 고작이다. 서울시는 서울지역 쓰레기를 컨테이너에 담아 아라뱃길을 통해 인천 수도권매립지로 운반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지저분하지만 않으면 좋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서울시가 아라뱃길을 통한 쓰레기 운반을 카드로 2016년 끝날 예정인 수도권매립지 활용 시한을 연장하려고 한다”며 반대, 주목된다.

◆서울시, “컨테이너에 쓰레기 담아 운반”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17일 “쓰레기를 담은 컨테이너를 화물선에 실어 아라뱃길을 이용해 수도권매립지로 운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조만간 이 방안을 인천시에 전달하고 국토부와의 협의를 거쳐 본격 협상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아라뱃길을 쓰레기 운송로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2016년 매립 기한이 끝나는 수도권매립지 사용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수도권매립지 부지를 더 활용할 수 있다며 2044년까지 매립 기한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인천시는 악취 등 주민 민원을 이유로 2016년까지 매립이 종료돼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인천시를 설득하는 카드의 하나로 아라뱃길 쓰레기 운송을 꺼낸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육로가 아닌 뱃길을 활용하면 인천시 주민의 최대 민원인 악취와 비산(飛散)먼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해 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까지 운반하는 비용은 당 1만5000원. 뱃길을 이용하면 최소 세 배 이상의 운반 비용과 함께 운하사용료(당 1000원)가 들어간다. 그러나 비용이 몇 배 더 들더라도 수도권매립지 사용 기한 연장을 위해서는 인천시를 설득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토부, “아라뱃길 활성화 위해 찬성”

아라뱃길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서울시의 이 같은 방안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국토부 산하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아라뱃길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쓰레기 운송로 활용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쓰레기 운반에 따른 악취 제거 및 인천시와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6월 착공해 지난해 5월 본격 개통한 아라뱃길은 당초 예상과 달리 물동량이 크게 저조하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25일부터 연말까지 아라뱃길에는 총 29척의 화물선이 217차례 운항했다. 하루 한 차례꼴로 화물선이 오간 것이다. 개통 7개월여 동안 물동량은 컨테이너 1만4000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 목재·철강 등의 일반 화물은 8만8000으로 추산됐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상한 개통 첫해 물동량과 비교해 컨테이너는 7.9%, 일반 화물은 17.4%에 불과하다.

수자원공사는 항만 물동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서울시의 이번 방침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의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유로 기간 연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시는 악취를 줄이기 위해 아라뱃길을 쓰레기 운송로로 활용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대해 이날 공식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매립 종료를 제외한 어떤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인천시의 입장이어서 향후 추진 과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