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31>
[대학·취업문 여는 한경 TESAT]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국제 금융시장이 또 한차례 출렁거렸다. 이번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세피난처(tax haven)와 뱅크런(bank-run)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키프로스는 조세피난처의 하나이다. 조세피난처란 기업이나 개인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거나 매우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국가나 지역을 뜻한다. 세금 대신 각종 수수료 수입을 거두는데, 주로 경제 규모가 작은 곳에서 외국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조세피난처가 된다. 키프로스의 경우도 예금 이자에 세금이 붙지 않아 외국, 특히 러시아에서 유입된 자금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보유한 예금액이 국내총생산(GDP)의 몇 배에 이른다.

경제 규모에 비해 많은 자금이 유입되었으니 키프로스 내에서 모두 활용하기는 어렵고, 자연히 외국의 투자처를 찾게 된다. 키프로스는 그리스계 주민이 압도적으로 많아 1970년대에는 그리스와의 통합이 추진될 정도였기 때문에 그리스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2012년 그리스가 재정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부채 일부를 탕감받았고, 이는 곧 채권자인 키프로스 은행들 입장에서는 대규모로 돈을 떼이는 결과가 되었다. 이 때문에 키프로스는 정부와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급락하고 결국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유럽연합(EU) 및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과정에서 뱅크런이 일어난 것이다. 뱅크런은 ‘은행으로 달려간다’는 뜻으로 단기간에 은행 예금에 대한 인출 요구가 급증하는 것을 말한다. 키프로스 뱅크런의 이유는 키프로스 은행들을 구제하는 비용부담을 예금자들에게도 지우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되어 예금자 비용 부담이 확정되기 전에 예금을 찾으려는 예금자들이 일시에 은행으로 몰렸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비용 부담 대상 예금이 예금보험 한도(10만유로, 약 1억4천만원) 초과 예금으로 바뀌었지만 그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뱅크런이 무서운 이유는 멀쩡하던 은행도 뱅크런을 당하면 부도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예금 출금용 현금을 조금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예금인출 요구가 몰리면 현금이 달려 감당할 수가 없다. 물론 키프로스의 은행들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구제금융 전에 뱅크런으로 한꺼번에 무너질 상황이었다. 또한 부실은행의 예금자 비용 부담이라는 선례가 생겨 앞으로 구제금융 대상이 될 나라들에서 뱅크런이 발생할 우려도 커졌다.

이번 키프로스 사태의 가장 큰 충격은 예금자들에게 위험한 은행에 돈을 맡긴 대가를 직접 치르게 했다는 사실이다. ‘내 돈은 내 책임이다’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설마 은행이 망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리고 경제활동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이리라.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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