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회생기간엔 경매 늦춰달라"
지역·생활수준 고려 생계비 상향 조정해야
대법원은 18일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법원 파산부 판사들을 비롯해 신용회복위원회, 금융위원회, 법무부, 법률구조공단 등 유관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한 개인회생 파산제도의 합리적 운용방안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정준영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택을 팔아도 대출금을 못 갚는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법원의 도산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지원장은 이를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와 금융회사, 금융회사와 채무자가 개인회생기간(3~5년)을 설정해 이 기간에는 담보권 행사를 유예토록 하고 이자를 깎아주는 약정 체결을 제안했다. 주택을 경매로 처분해도 대출금 상환에 턱없이 모자라는 깡통주택이 속출하는 상황인 만큼 채권자인 금융회사도 법원의 개인회생제도에 동참하는 것이 결국 득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법원의 제안에 이날 참석한 금융회사들은 “우리도 경매를 원치 않는다. 재약정해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원이 개인의 채무재조정에 적극 나서겠다는 이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운영 중인 신용회복위원회도 공감을 표시했다. 공동 주제발표자로 나선 남명섭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은 “부동산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가계 총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가구가 전체의 13%에 이른다”며 금융회사들과 구체적인 담보권실행(경매처리) 유예방안을 논의할 방침을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재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주택담보부채권은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제대로 된 채무재조정을 위해선 개인회생 절차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개인회생 신청자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법으로 인정해주는 ‘생계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회생기간 중 일정 금액을 갚아나가야 하는 개인회생 신청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정한 최저생계비의 150%를 생계비로 쓸 수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공표하는 최저생계비는 가구별 지역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단일액으로, 채무자 개개인의 특수한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기 곤란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최저생계비에 포함된 항목 중 주거비의 경우 서울과 지방이 3배까지 차이나는 등 지역마다 편차가 심하고, 교육비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법원은 특정한 사정이 있을 경우 ‘개인회생사건 처리지침’을 고쳐 생계비를 증감할 수 있다. 정 지원장은 “기존 소비성향이나 생활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아 채무자의 실질적 갱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 개인회생제도
금융회사 채무액이 담보 10억원 이하, 무담보 5억원 이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개인이 법원에 신청할수 있다. 원칙적으로 5년 동안 본인 수입중 법에서 인정받는 생계비를 뺀 것에서 채무를 갚아 나가면 채무 중 일부는 면제받는다. 이런 식으로도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을 경우 개인파산을 신청할 수 있다.
김병일/정소람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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