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 자살 고교생의 가해자로 지목된 한 학생의 카카오스토리에 친구들이 응원하는 댓글을 남겨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인터넷에 유포되기 시작한 이 글은 숨진 최모군을 성적으로 괴롭힌 혐의를 받고 있는 한 학생을 친구들이 격려하는 내용이다.

"사죄합니다.지은 죄만큼 벌받고 오겠습니다.모든 지인들 죄송합니다"라고 적은 가해학생의 글에 달린 친구들의 댓글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철없는 10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0여명의 친구들이 올린 댓글에는 "힘내라"는 인간적인 정을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니가 뭘 잘못했는데?", "사나이는 한번쯤 징역갔다와도 된다"는 등 친구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지 못해 누리꾼들의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누리꾼은 "고교 신입생이 남자는 한 번쯤 감옥갔다와도 된다는 얘기를 서슴없이 한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누리꾼은 "나중에 세월이 흐르면 지우고 싶은 기억일 텐데 철없이 이런 글을 올렸다"면서 죄의식 없는 일부 10대 청소년의 무분별한 행태를 꼬집었다.

이 채팅 글을 비롯해 인터넷 블로그 등에는 해당 가해 혐의 학생의 이름이 그대로 노출된 글이 떠다니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경산에 사는 한 시민(53.자영업)은 "국민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사건의 가해 혐의자이긴 하지만 아직 죄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름을 노출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대구시민 김모(39.회사원)씨는 "학교폭력 가해자에게는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국민적인 정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정해진 절차를 거쳐 상응하는 벌을 내려야지 인터넷 공간에서 마녀사냥식으로 비난을 퍼부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