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내리지 않는 경우도…"유서 적힌 내용 입증 안돼"

대구·경북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학생관리에 소홀했던 교사 대부분은 가벼운 징계만 받거나 아예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대구·경북교육청에 따르면, 2011년 12월 또래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권승민(당시 13세)군 사건 이후 해당 학교 교장에겐 정직 1개월이, 교감과 생활부장 교사 등 2명에겐 견책 처분이 각각 내려졌다.

또 당시 담임이던 기간제 교사는 계약해지 됐다.

지난해 6월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수 년간 폭행 등을 당하다 투신자살한 대구 고등학생 김모(당시 16세)군이 다닌 학교는 교장만 경고 조치를 받았다.

원래 견책 조치가 내려졌지만 정부 포상 실적을 인정받아 한 단계 경감됐다고 한다.

경고는 중·경징계에 속하지 않는다.

대구교육청 한 관계자는 "학교 안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 중학교 동창들이 만든 동아리에서 발생한 일이라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다"며 "교장 징계는 자살예방교육계획 미수립, 가정통신문 미발송 등 행정의 미숙함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년 4월 대구 한 중학생 천모(15)양은 유서에 같은 반 친구 등으로부터 당한 왕따 피해를 적은 뒤 아파트 8층에서 뛰어내렸다 화단 나뭇가지에 걸려 머리가 찢어지고 턱과 다리 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천양은 "반 친구 몇몇은 나를 왕따시키며 기분 나쁘게 웃거나 일부러 어깨를 부딪쳤다.

또 운동장 벤치에 앉아 있는 나에게 '말도 못하고 친구도 없다'며 놀려댔다"는 등의 괴로움을 호소했다.

수 년간 지속된 학교폭력 피해를 알리려 학생은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지만 천양이 다녔던 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교사는 아무도 없다.

천양 유서에 적힌 내용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에서다.

경북의 경우 지난해 4월 영주 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학교폭력으로 투신자살했다.

이 사고로 교장은 정직 1개월을, 학생부장과 보건교사, 복수담임교사 2명 등 4명은 견책 처분을 각각 받았다.

이처럼 사고가 발생한 중·고등학교 교사 대부분이 받은 '견책'은 경징계 중에서도 가장 약한 단계에 속한다.

경북교육청 측은 "어떤 과실에 견책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며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되도 통상 견책이 내려진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예방센터 박경숙 상담실장은 "학교폭력으로 학생들이 목숨을 끊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교사들에게 내려지는 징계가 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또 교사들뿐 아니라 교육청 등 관계기관 공무원들에게도 상응하는 징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뻔한 내용만 되풀이하는 예방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더 신경쓸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에 힘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su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