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와 함께 TV보며 깔깔…"어지러진 동생방 차마 치울 수 없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지난 1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15·고1)군은 숨지기 전에 맞이한 주말 대부분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며 마지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유족들에 따르면 최군은 지난 9일 토요일 오후 3시께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나갔다가 5시간여 후에 경북 경산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최군은 가족들과 식사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일요일에는 대학생인 누나로부터 "공부하라"고 핀잔을 듣기도 했고, 누나와 함께 늦은 시간까지 TV드라마를 보며 깔깔 웃기도 했다.

여느 남매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또 카카오스토리에서 친구와 대화를 주고 받기도 했다.

최군 누나(20)는 "토요일 오후에 만난 친구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귀가한 뒤 주말 이틀동안 동생은 가족들과 함께 지냈고 평소와 다른점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낸 최군은 11일 오전 6시 21분 대중교통편으로 1시간여 걸리는 경북 청도군 풍각면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가족들이 본 마지막 모습이다.

집을 나선 최군은 오전 7시 1분 친구 박모(15)군과 만나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며 1시간여 뒤 학교에 도착했으나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홀로 어딘가를 배회하다가 이날 오후 6시 43분 아파트로 돌아왔으나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50여분 뒤인 오후 7시40분께 옥상에서 유서를 작성한 뒤 아파트 23층에서 뛰어 내렸다.

최군 어머니는 "중학생 시절 3년 내내 출근하는 내 차를 함께 타고 등교했다"며 "이렇게 보낼 줄 알았으면 그날도 함께 타고 가는 건데"라며 울먹였다.

누나는 "동생 방은 등교하면서 어지러진 그 상태 그대로 놔뒀다"며 "차마 치울 수가 없다"고 했다.

경찰은 현재 숨진 최군의 사고 당일 중간 행적을 밝히기 위해 통신수사 등을 벌이고 있다.

(경산연합뉴스) 최수호 김선형 기자 suho@yna.co.krsunhy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