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휴원 처벌 강화에도 '배짱 휴원'…부모는 '벙어리 냉가슴'
"눈 밖에 날까 봐 반대 못 해…아이 맡길 곳 없어 속만 태워"

'워킹맘' 이모(32·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얼마 전 아이(3)가 다니는 어린이집으로부터 '봄방학'을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가정 보육기간'이라는 명목을 내세운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구한다며 '동의서'를 보냈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이씨는 최근 정부가 일방적 휴원에 대해 처벌을 강화했다는 소식에 은근 기대했지만 "다른 엄마들은 모두 동의했다"는 어린이집 원장의 말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동의 의견을 낼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아이가 어린이집 교사들의 눈 밖에 날까 봐 반대할 수 없었다"며 "일주일간 휴가를 낼 수도 없고, 근근이 친인척들에게 번갈아 맡기다 보니 아이도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어린이집 실수요층인 맞벌이 부부의 불편 해소를 위해 임의 휴원에 대한 행정처벌 기준을 강화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휴원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아 부모들의 불만이 여전하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집이 부모의 사전동의 없이 휴원하거나 운영시간을 단축하면 시정명령 후 시설폐쇄까지 가능하도록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휴원에 앞서 학부모에게 사전 동의서를 받고, 휴원 기간에도 맞벌이 등 긴급 보육이 필요한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당번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절차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

특히 원생들이 몰리는 '잘 나가는' 어린이집들은 부모들로부터 형식적인 동의만 구한 채 휴원하는 사례가 잦아 맞벌이 부부들의 원성이 높다.

충북 도내 영·유아의 절반 정도가 거주하는 청주의 경우 올해 2월 말 현재 총 657개의 어린이집에 2만4천800여명의 영·유아가 등록돼 있다.

이는 83%의 수급률로 안정적인 수치다.

그러나 실상은 부모의 선호도에 따라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어린이집이 있는 반면 원생들이 몰리는 바람에 들어가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려운 곳도 있는 등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들어간 어린이집이 휴원을 결정하면 '을'의 위치에 있는 부모들로서는 선뜻 반대 의견을 낼 수 없는 처지다.

주부 이모(31·청주시 상당구 율량동)씨는 "어린이집에서 휴원하는 날을 모두 쉬면 1년에 한 달가량은 휴가를 내야 한다"며 "아이 보육을 하라고 한 달 휴가를 주는 직장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억울하다고 신고했다가 어린이집이 폐쇄라도 된다면 당장 아이 보낼 곳이 없어지는데 누가 신고할 수 있겠느냐"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속만 태울 뿐"이라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주부 박모(32·청주시 흥덕구 강서동)씨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적응하려면 한 달 이상씩 걸리는데 쉽게 어린이집을 바꿀 수 없으니 억울해도 참고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피해를 우려해 민원을 제기하는 부모는 극히 드물고, 간혹 전화를 하는 부모도 구체적으로 말하기를 꺼려 행정처분보다는 해당 어린이집에 주의를 당부하는 정도의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