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연희동 연세대 서문 인근 원룸촌. 원룸 임대업을 하는 김진일 씨(75)는 새 학기가 시작되지만 방 10개 중 4개가 비어 있어 고민이 많다.

지난달 월세를 50만원에서 40만원으로 10만원 내렸지만 최근엔 방을 보러 오는 발길도 뜸해졌다. 근처의 S고시원도 방 35개 가운데 10개가 비어 있다. 주인 이모씨(41)는 “고시원 운영 10년 만에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신입생 절반이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하면서 원룸과 고시원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올해 1학기 연세대 신입생 3905명 가운데 2130명이 서울 신촌캠퍼스 대신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하는 ‘기숙형 대학(RC·Residential College)’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대표적인 대학가인 신촌 일대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RC 제도는 신입생이 교수와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학업, 봉사활동 등 다양한 교육을 받는 교육시스템이다. 올해는 1학기 2130명, 2학기 2200여명이 번갈아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한다.

당장 신촌캠퍼스 신입생 수가 줄자 대학가 방 구하기 경쟁이 한창이어야 할 요즘 신촌 지역 빈방이 크게 늘었다. 연세대 서문 인근 원룸·고시원 10곳을 둘러본 결과 전체 방 83개 가운데 22개(27%)가 비어 있었다.

H부동산 관계자는 “작년까지만해도 빈방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최근엔 원룸·하숙집의 3분의 1 정도는 비어 있다”며 “작년 2월 거래 건수는 한 달에 15건 정도였는데 올해는 1주일에 한 건도 거래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떠나자 개강특수로 한창 바쁠 음식점과 술집 등 신촌 지역 상권도 썰렁하다. 개강 전후 신입생 환영회 등으로 가장 붐벼야 할 2월이지만 올해는 눈에 띄게 손님이 준 것이다.

연세대 정문 앞 설레임삼겹살의 정현기 사장은 “이달 들어 신입생 모임 예약을 3건밖에 받지 못해 매출이 예년에 비해 30% 가까이 줄었다”고 한숨지었다. 15년 동안 신촌에서 식당을 운영한 김현자 사장은 “RC로 인한 매출 감소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점포를 내놓고 다른 곳에서 식당을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신입생이 2~4학년과 분리돼 생활을 하게 되면서 대학 내 각 동아리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홍성현 동아리연합회 집행위원장은 “동아리는 신입생이 주축인데 이들이 송도에 가 있으면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학교 측은 셔틀버스를 타고 송도와 신촌을 오가며 활동하면 된다고 하지만 실제론 잘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이 송도로 떠나면서 이번 학기에 신촌캠퍼스 기숙사 입사는 상대적으로 수월해졌다.

신촌캠퍼스 기숙사인 무악 1, 2학사의 신입생 경쟁률은 지난해 2.5 대 1에서 올해 1.2 대 1로 낮아졌다. 이윤섭 연세대 생활관부관장은 “지방에 사는 신입생이 기숙사 신청을 할 경우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100% 입사한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신촌 상권과 달리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인천 해양경찰청 앞에는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국제캠퍼스 학생들이 먹고, 마시고, 즐길 이곳은 ‘송촌(송도의 신촌)’으로 불린다. 이성빈 연세대 총학생회 국제캠퍼스 국장은 “송도캠퍼스 바로 인근에는 갈 만한 곳이 없어 송촌에서 동아리 활동도 하고 친구들과 만나다보니 자연스레 상가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