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경찰청 수사관이나 금융회사를 사칭해 거액을 가로챈 금융사기범들이 경찰에 잇따라 검거됐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사이버경찰청 수사관을 사칭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한다고 속여 1억여원의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이모씨(27) 등 2명을 구속하고 심모씨(45·여)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11일 최모씨(65)에게 사이버경찰청 수사관이라며 전화를 걸어 “당신의 통장이 수십 개 만들어진 것을 확인하고 범인을 일부 잡았다”며 “나머지 범인을 잡기 위해 돈을 입금하라”고 속여 7차례에 걸쳐 1억992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에 쓰일 통장 모집과 현금 인출을 맡은 이씨와 아버지 이모씨(58)는 지인 최모씨(35)의 권유로 함께 범행에 나섰다. 이들은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심씨 등의 계좌를 빌려 돈을 송금 받고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 이씨는 범행 후 도로에서 다른 운전자와 시비가 붙어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성동구치소에 이미 수감된 상태였다. 피해자 최씨는 이번 범행으로 구청 일용직으로 일하며 마련한 노후 자금 전부를 잃었다.

경찰은 또 금융회사를 사칭해 ‘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무작위로 보내 돈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유모씨(32)를 구속했다. 유씨는 지난달 23일부터 최근까지 피싱 피해자 14명이 보낸 돈 4500여만원의 인출책 역할을 맡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지난달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서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이란 공지를 보고 하루에 20만원씩 받는 조건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지난 20일 서울 상도동의 한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4장의 체크카드를 이용해 돈을 인출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시민의 신고로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인출책 뿐만 아니라 사기 조직 전체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경찰이나 금융회사를 사칭해 돈을 요구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