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요청으로 이뤄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과의 만남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이희범 경총 회장을 비롯한 25명의 회장단이 참석, 경제계의 주요 현안에 대해 건의하고 당선인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회동의 가장 큰 주제는 노사관계였다.

경총 회장단은 먼저 고용시장의 경직성 문제부터 거론했다. 회장단은 “고용시장의 경직성이 너무 강하다”며 “이런 문제가 우선적으로 고려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는 물론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해고 요건 강화 등의 정책 방향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오히려 떨어뜨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전달한 것이다. 회장단은 이와 함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정규직 과보호다.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건의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의 입장을 다 고려해서 지혜롭게 해법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앞으로 경총과 한국노총 등 경영자 대표 및 노동자 대표들과 긴밀하게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노동문제를 협의하겠다”며 “이를 통해 한국형 노사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 문제를 접근하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박 당선인은 “첫째는 노사 자율의 원칙으로 노사가 스스로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율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극단적 불법 투쟁 등 잘못된 관행은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며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동에서 회장단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재계의 의견 반영이 소홀하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한 관계자가 “국회 입법활동이 매우 중요한데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 많이 배출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경영자의 이야기를 반영할 창구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박 당선인은 “국회 문제는 제가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라 말 못하겠지만 이런 의견이 있다는 것을 당에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박 당선인은 또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현장에서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거나 요구와 떨어져 있으면 실현되기 어렵다”며 “현장과 괴리되지 않고 겉돌지 않는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이 1이면 현장 접목을 통한 효과를 살피는 데 9의 힘을 싣도록 하겠다”며 “언제라도 의견을 주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종태/이태명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