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내용

학생인권조례·혁신학교 등 이상에 치우쳐 현장 반영 못해
중학교 때부터 진로교육 필요…기업들 초·중·고에도 관심을
[한경 밀레니엄포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약이 쓰다고 안먹는 아이, 내버려 두는 것은 교육 아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함께 주최한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행복교육’을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그는 “행복한 인생을 사는 데도 교육이 필요하다”며 “진로 교육을 통해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주는 것도 행복교육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등 논란을 낳은 전임 교육감의 정책들에 대해선 “이상에 치우쳐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문 교육감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약이 쓰다고 안먹는 아이, 내버려 두는 것은 교육 아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1년이다. 현장 교사들이 생활 지도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문용린 교육감=조례의 대부분은 헌법의 기본권을 주체만 학생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하지만 미성숙한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사생활 보호를 소지품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될 권리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수업 시간에 이어폰 꽂고 음악을 듣는 걸 제지하려고 해도 학생들은 ‘어디 한 번 해보라’고 대든다. 교사는 옳고 그름을 떠나 시끄러워지는 것을 피하려니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 여교사들은 더욱 그렇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인권조례는 어린 학생들을 너무 완전한 존재로 보는 것 같다. 학생들은 아직 배워야할 의무도 있다.

▷문 교육감=아픈 아이가 약이 쓰다고 안 먹겠다고 떼를 쓴다고 해도 부모는 먹여야 한다. 임신과 출산도 마찬가지다. 임신을 피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지, 임신해도 차별받지 않는다고 가르쳐서 되겠는가. 교육적인 판단으로 간섭할 것은 간섭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생의 인권은 교사가 지키는 것이다. 다만 시의회가 만든 조례이기 때문에 교육감이 단번에 없앨 수 없다. 현장의 구체적인 문제를 잘 조사한 후 이르면 올해 말 시의회에 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혁신학교도 논란의 대상이다.

▷문 교육감=혁신학교의 핵심적인 문제는 특정 정치 성향의 교사 단체(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교장과 교감이 제대로 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학교 조직이 무너지고 있다. 학교라는 조직은 교장의 리더십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지정되기만 하면 학교 규모와 관계없이 연간 1억4000만원을 지원한다. 훨씬 규모가 큰 다른 학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인권조례처럼 올 한 해 문제점을 검토한 뒤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현정택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우리 학생들이 하루에 10시간 넘게 공부하는 것은 좋은 대학에 가면 그만큼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문 교육감=한국 사람들이 교육 투자가 가장 효과가 높다고 믿는 것은 사실이다. 전통적인 유상교육관에도 일부 기인한다. 우리는 조선시대부터 공교육이라는 것이 없었다. 부모가 능력껏 가르쳐서 과거에 급제하면 집안을 완전히 일으키는 시스템이었다. 지금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판·검사가 되면 집안이 바뀐다는 생각이 국민들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자주 칭찬한다. 왜 그런가? 어떤 부분을 살리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나.

▷문 교육감=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교육의 약점을 이야기할 때 한국의 사례를 들고 미국 교육의 강점은 얘기하지 않는다. 미국 청소년들은 보통 자신의 인생 행로를 일찌감치 결정하고 18세(성인)가 되면 바로 독립한다. 어른이 되어도 부모에게 의존하도록 만드는 한국 부모와 교육자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 원장=20%의 창의적인 인재가 나머지 80%를 먹여살린다는 말도 타당성이 있다. 행복을 강조하면서 수월성 교육이 소홀해질 우려는 없나.

▷문 교육감=교육의 본질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당연히 수월성도 추구해야 한다. 다만 수월성 일변도가 아니라 학생들이 행복할 줄 알게 하는 교육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선행학습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다.

▷문 교육감=원칙적으로 선행학습에 반대한다. 유치원에서 1학년 과정을 다 배운 초등학생들의 수업 태도나 학습 의욕이 떨어진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공교육 체제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박영범 원장=시험 부담을 줄이고 직업 탐구 기회를 찾는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자유학기제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문 교육감=우리 아이들은 유치원부터 고3까지 오로지 좋은 대학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살아간다. 인생 전체의 목표가 없는 것이다. 수능을 한 달 앞둔 고3 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수능도 안 봤는데 어떻게 알 수 있나’는 대답이 절반인 게 우리 현실이다.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결정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선 자신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중학교 때부터 진로 교육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기업들과 업무 협약도 맺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문 교육감=큰 그림은 지역 사회를 학습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지역 시설들을 교육 자원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초등학생이 삼성전자에 가서 반도체 공정을 직접 보고, 중학생이 은행에 가서 금융이 어떤 건지 배우는 생생한 학습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교육청이 관할하는 장학재단들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문 교육감= 많은 기업들이 대학과 산학협력이나 인턴십을 하면서 교류하듯 초·중·고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장학재단들도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더 주면 좋을 것 같다.

강현우/정태웅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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